CES 2024서 주목받은 ‘뷰티테크’
AI가 주름-수분-모공 정밀 분석… 맞춤 화장품 추천 등 솔루션 제시
뷰티기업 로레알 “생성형 AI에 도전”… 아모레 ‘립큐어빔’ CES 혁신상
“당신의 얼굴 나이는 76점. 34세입니다.”
9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4’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팔라조호텔 스위트룸. 대만 뷰티 인공지능(AI) 전문기업 퍼펙트의 직원이 기자의 얼굴에 아이패드를 가져다 댔다. 몇 초간 얼굴을 인식했다. 주름과 수분, 홍조, 모공, 다크서클 등 피부 상태별 점수가 표시됐다. AI가 피부 상태를 분석해 이를 점수로 바꿔 피부 나이까지 보여 줬다.
감 애덤 퍼펙트 매니저는 “70점 이상이면 좋은 편이다. 그런데 수분이 매우 부족하고, 모공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면 아래에 추천 화장품 목록이 떴다. AI가 퍼펙트와 협력하고 있는 600여 개 파트너사의 제품을 분석해 고객에게 맞는 제품 및 솔루션을 찾아준 것이다.
AI는 얼굴 형태를 분석해 버즈컷(짧은 머리), 볼컷(그릇을 엎어 놓은 듯한 모양), 롱 웨이비 등의 머리 모양도 추천해 줬다. 다양한 색조 화장품을 가상 화면을 통해 발라 보면서 어울리는 제품을 고를 수도 있었다. 메이크업 방법까지 알려줘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가지 않고도 다양한 제품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AI를 활용한 ‘뷰티테크(Beauty Tech)’는 올해 CES에서 주목받은 테마 중 하나다. 이스라엘 기업 님블은 AI가 사용자별로 각기 다른 손톱의 모양을 파악해 매니큐어를 발라주는 기술을 선보여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했다.
부스에서 체험해 봤다. 직육면체 형태의 기기에 오른손을 넣었다. 덮개가 내려와 손가락을 살짝 눌러 고정시켰다. 님블 직원은 “기계 안에 있는 브러시가 붉은색 매니큐어를 바른 뒤 투명 매니큐어를 덧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분이 지난 뒤 손을 빼니 대체로 매끈하게 발라졌지만, 손톱 주변 살 부분에도 칠해져 있었다. 님블 관계자는 “사용 초기에는 AI가 이용자의 손가락을 학습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두세 번만 더 사용하면 실수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최고경영자(CEO)는 화장품 기업 최초로 CES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주제는 AI를 접목한 뷰티테크였다. 그는 “우리는 10년 전부터 디지털 혁명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AI 기술을 개발해 왔다”며 “최근 들어 생성형 AI와 같은 파괴적인 기술이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을 흔들고 있다. 2018년부터 37개국에 걸쳐 쌓아 온 10PB(페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생성형 AI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이날 로레알은 ‘뷰티판 챗GPT’인 생성형 AI 앱 ‘뷰티 지니어스’도 공개했다. 사용자와의 대화와 사진 분석을 통해 피부를 진단하고 제품을 추천하는 앱이다. 이에로니무스 CEO는 앱으로 피부 관리법 및 맟춤형 제품을 제안받는 상황을 시연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아모레퍼시픽이 AI를 접목한 입술 진단 및 관리, 메이크업 제품 ‘립큐어빔’을 공개했다. 센서가 사용자의 입술 수분 상태를 진단하면 솔 형태의 화장품 도포 장치에서 개인에게 최적화된 가시광선이 나와 입술 케어를 돕는다. 립큐어빔은 CES 2024 혁신상을 받았다.
화장품 및 미용 업계는 뷰티테크의 성장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AI가 사용자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다 구매와 체험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고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도 돼 기업의 마케팅 비용도 줄여 주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로 인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의 정확도와 서비스 품질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비싼 가격을 지불하지 않아도 피부 케어를 스스로 할 수 있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인텔리전스는 2030년 AI 뷰티 시장 규모가 133억 달러(약 17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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