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면제 1·10대책’ 엇갈린 반응
서울 압구정-목동, 경기 일산 등… “규제완화 약속에 다들 들뜬 상황”
정비 중이거나 사업성 적은 단지선… “공사비 올라 분담금 늘텐데” 걱정
정부가 발표한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대대적으로 푸는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두고 재정비 현장마다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1기 신도시와 서울 강남권 등 사업성이 비교적 좋은 단지는 “사업 속도를 올릴 수 있다”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는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사업장마다 대책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노원구 2634채 규모 상계주공7단지. 1988년 지어진 준공 37년 차 단지로 지난해 11월부터 재건축 첫 단계인 안전진단 비용을 모금하고 있다. 정부가 1·10 공급대책으로 준공 후 30년이 넘으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해 추진위원회 조합 설립 등이 가능해졌다. 재건축 속도가 빨라진 셈이지만 매수 문의는 뜸하다. 이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11일 “대책 발표 이후 걸려온 매수 전화는 딱 1건”이라며 “단지 주민들도 다른 서울 재건축 단지에서 공사비 증가로 갈등이 생기는 등 최근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알아 분위기가 금방 달아오르지는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2027년 재건축 첫 착공, 2030년 입주라는 구체적인 시간표가 나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1기 신도시는 2026년까지 약 20만 채의 아파트가 순차적으로 준공 30년이 도래한다. 김창규 일산 후곡단지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은 “사실상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등 규제 완화 약속에 다들 들뜬 상황”이라고 했다. 이종석 분당시범우성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도 “12조 원 규모 미래도시펀드는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주요 입지 재건축 단지는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반겼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7단지 관계자는 “바로 조합을 설립하고 정비구역, 정비계획 설정 등을 한 번에 진행할 수 있게 돼 중요한 사업 장애물 하나가 사라졌다”고 했다.
이미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단지는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과 조합원 분담금 등의 문제가 더 큰 상황이다. 이런 곳에선 이번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는 최근 조합원 분담금이 가구당 6억 원으로 책정된 뒤 시공사인 GS건설과 계약을 해지해 소송에 휘말렸다. GS건설은 “건축심의까지 통과해 사업이 궤도에 올랐던 현장이라 이번 대책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압구정이나 목동 재건축 단지처럼 사업성이 나오는 지역이라면 안전진단 완화로 사업이 속도를 내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선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형 빌라나 오피스텔,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세제 혜택을 주는 대책을 두고도 효과가 제한적이란 관측이 나온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에 있는 사람이 지방 소형 주택을 사도록 유도하는 정책인데, 현재 수도권도 시장이 좋지 않다”며 “금리가 떨어진 뒤에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공급 촉진으로 정책을 전환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등록임대사업자가 줄어들면서 임대시장의 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비(非)아파트 공급이 전혀 없었는데, 이번 대책은 공급의 물꼬를 텄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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