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실사 통과땐 채무 3년 유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2일 03시 00분


태영 채권단 75% 이상 동의 얻어
추가부실 우려 등 정상화까지 먼길
60곳 PF사업장 구조조정 본격화
서울 성수동 사업, 매각 1순위 거론… 정부, 태영 현장 임금체불 전수조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를 밟게 됐다. 최소 3개월간의 채권단 실사 이후 워크아웃이 최종 승인 나면 태영건설은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금융채무가 3년 정도 유예되고, 필요시 출자전환이나 채권단 신규 자금 투입도 이뤄질 수 있다.

워크아웃 개시 뒤에도 우발 채무 발생, 실사 과정에서의 다른 부실 발견, 자금 조달을 위한 계열사 매각 지연 등의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 채권단 실사가 끝날 때까지는 추가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다. 태영건설로서는 사업장별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을 서둘러 유동성을 마련해야 해당 기간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KDB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투표(서면 결의)를 통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에 이미 워크아웃 개시 조건(신용공여액 기준 채권자 75% 이상 동의)을 높은 수준으로 충족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집계 결과는 12일 오전에 발표된다.

태영건설은 우선 미착공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이 맡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은 총 60개다. 이 가운데 금융기관 대출 초기인 브리지론 단계가 18곳, 이후 단계인 본PF 단계가 42곳이다. 특히 브리지론 단계의 사업장은 대부분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기 전이어서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단초가 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2차’가 매각 1순위로 거론된다.

태영건설은 사업장별로 채권단 협의체를 구성해 청산, 매각, 계속 운영 등의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사업장별로 부족 자금이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채권단 중심의 실사 과정에서 산출될 예정이다.

운영자금 부족으로 발생한 근로자 임금 미지급 문제도 태영건설의 최우선 해결 과제다. 태영건설 사업장 112곳 중 일부 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이 태영건설 측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근로자 임금이 체불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기 위해 태영건설 전국 현장 전수조사에 나섰다.

채권단과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협의 과정에서 채권단에 임금 체납 문제를 먼저 안건으로 올려 자금 지원을 받는 방식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원칙상 실사 과정에서의 부족 자금은 태영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가피하게 운영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TY홀딩스나 SBS 지분을 담보로 채권단이 일부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오너 일가의 추가 사재 출연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채권단과 협의해 임금 체납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4가지 자구안을 내세웠다. 태영그룹은 그러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 원 중 890억 원을 태영건설이 아닌 지주사인 TY홀딩스의 연대채무 상환에 사용했다. 채권단은 “신뢰가 깨졌다”며 크게 반발했고 워크아웃 무산 위기론까지 불거졌다. 이에 금융당국과 대통령실까지 나서 강경 발언을 내놨다. 결국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이 9일 지주사 지분 및 SBS 지분까지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워크아웃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태영건설#워크아웃#채무 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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