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 억제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시장 일각에서는 물가상승률 둔화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기준금리 조기 인하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 상반기(1∼6월) 내에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 “6개월 내 금리 인하 어려워”
11일 이 총재는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까지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하겠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검토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개인 의견을 전제로 6개월간 금리 인하는 쉽지 않다”고 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3.5%로 8번 연속 동결했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으로 인해 올 상반기 금리 인하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1, 2년간 내내 이어졌던 고금리 상황이 한동안 더 계속되면서, 국민들이 높은 대출금리와 그로 인한 이자 부담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 총재는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서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하며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선 금리 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기대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0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 장기 목표치인 2%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현재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이사벨 슈나벨 집행이사회 이사도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세계 경기 상황이나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이른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는) 제조업 등이 여전히 호황이고, 물가상승률도 3%대가 유지되고 있어 이른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며 “연준도 빨라야 3분기, 한국은 그 이후에야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한은은 금리 조기 인하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지만, 동시에 금리 추가 인상의 필요성도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금통위원 4명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번에는 금통위원 전원이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 “태영건설 사태, 시스템 전이 없어”
이 총재는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감이 고조된 것에 대해서는 “시스템 전이에 대한 위험은 없다”고 일축했다. 태영건설 사태는 과도한 부채 때문에 발생한 특수한 사례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전체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는 등 부작용이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부동산 PF 위기 대처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쓸 상황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시장 전체가 흔들리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서 돕겠지만 현재는 소총을 쓸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최근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유보분 9조 원을 동원해 지원에 나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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