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예멘반군 공습]
韓 가전-차업계 부품조달 차질 우려
이케아 “홍해 사태 배송지연 가능성”
희망봉 경유로 운송거리 40% 늘어… 원유수입 70% 호르무즈 통과 촉각
미국과 영국이 11일(현지 시간) 예멘에서 후티 반군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하면서 홍해 지역을 둘러싼 글로벌 물류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물류난 여파로 독일 공장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외곽 그륀하이데 공장에서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대부분의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최근 홍해 항로가 막히면서 부품을 조달받지 못해 타격을 입은 것이다. 테슬라는 성명을 통해 “상당히 길어진 운송 시간으로 인해 공급망에 틈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테슬라 외에도 중국 지리자동차와 스웨덴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홍해 사태에 따른 배송 지연을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산업계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해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운하는 유럽에 생산 공장을 둔 국내 기업들의 부품 운송 항로이자 유럽 시장에 완성차와 석유화학 제품, 소재를 수출하는 길목이다. 국내 가전업계의 경우 전체 해상 운송량의 10%가량이 수에즈운하를 통한다. 삼성전자는 유럽에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현지 공장을 운영한다. LG전자는 이집트와 폴란드 공장을 두고 있다. 주로 한국과 중국, 동남아로부터 수에즈운하를 통해 부품을 조달한 뒤 현지에서 조립한다. 현대자동차·기아도 홍해를 통해 한국에서 완성차를 유럽 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다. 대체 항로로 희망봉을 경유하면서 이들 기업의 운송 거리는 약 40%, 운송 기간은 15일가량 늘어나게 됐다.
글로벌 물류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5일 기준 1896.65로 치솟았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해운사 머스크가 처음 홍해 운항을 중단했던 지난해 12월 15일(1093.52)보다 73.4%나 급등했다.
HMM은 앞서 10일 유럽 지중해 노선에 임시 선박 4척을 긴급 투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태가 악화되더라도 추가 선박 투입은 단기간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운행을 하지 않는 선박이 없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배를 빌려 긴급 투입을 한다고 해도 일단 배가 국내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3개월 이상 긴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컨테이너 운임 상승 및 일부 기업의 물류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유럽발 운임이 급등하면서 중동 등에 투입되는 선박도 일부 재배치가 일어나는 등 운임 인상이 특정 노선에서만 국한되지 않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유가가 출렁이면서 에너지 불안도 변수가 됐다. 이날 주요 산유국들의 해상 진출로인 호르무즈해협까지 위험에 처하자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두바이유 등 3개 유종 모두 일제히 가격이 올랐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도입되는 원유 중 70%가량이 중동산이며,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기준 수출 물품 선적 및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도입은 정상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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