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모녀 vs 장차남, 경영권 분쟁
모녀, OCI와 통합계약 체결 주도… 장녀, 사실상 차기경영권 갖게 돼
장남 “우호지분 모아 승부 볼것”… 차남과 손잡고 법적 대응 나서
고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코리그룹 회장)이 남동생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과 손잡고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17일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달 12일 OCI와 한미약품이 그룹 간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례적으로 ‘한 지붕 두 가족’식 공동경영 모델을 내세웠는데, 이를 계기로 한미약품의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임 회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통합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우호지분을 모아 승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OCI와의 통합 계약은 임 창업주의 아내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모녀가 주도했다. 한미사이언스가 OCI와의 지분 교환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마치면 임 사장은 그룹 통합 지주사(현 OCI홀딩스) 지분을 10.37%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에 사실상 차기 경영권을 거머쥐게 된다.
반면 장남인 임종윤 회장은 현재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을 9.91% 보유하고 있지만, 통합 지주사의 지분을 한 주도 보유하지 못하게 된다. 임 회장은 “아직까지 계약서도 보지 못했다”며 “지난 14일 이우현 OCI 회장을 만났고, 이 회장이 한미 측에 (나에게) 계약서를 보여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남동생인 임종훈 사장과 손을 잡았다. 둘의 지분을 합치면 20.47%로 모녀 측 우호 지분(약 36%)에 비하면 부족한 상황이다. 임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52%를 가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 회장은 임 창업주의 고등학교 후배다. 임 회장은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대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 구성 변경 등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가처분 신청에서 양측의 쟁점은 그룹 통합 계약의 절차적 타당성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한미약품의 경영권이 통합법인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합병에 해당하고, 이는 특별 주주총회 결의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송 회장과 임 사장 모녀 측은 “제3자 유상증자 결정 당시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특별 주주총회 사안이 아니라 이사회 의결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오너 일가 중 송 회장만 이사회에 포함돼 있다.
재계는 이번 계약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측면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임 창업주가 갑작스럽게 별세하며 송 회장과 자녀들은 5400억 원의 상속세를 떠안았다. 현재도 2000억 원대의 상속세가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재원 마련을 위해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에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장기적 안정성을 고려해 결국 OCI와 손을 잡았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두 회사의 통합은 개인의 상속세를 내기 위한 방편일 뿐 진정한 시너지를 내는 통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번 계약이 사익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임 회장 측은 “당시에도 임 회장은 지분 매각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에 매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장기간 많은 돈이 투입되다 보니 ‘설익은’ 물질을 싸게 기술 수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OCI와의 통합을 통해 기술 수출 협의 시 우위를 점하거나 임상 3상까지 끌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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