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깊은 침체에 빠진 코스피가 17일에도 2.5% 가까이 급락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의 거센 매도세에 원-달러 환율은 12원 넘게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하면서 약 두 달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47%(61.69포인트) 내린 2,435.90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26일(―2.71%)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코스닥지수도 2.55% 떨어진 833.05로 거래를 마쳤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를 찾았지만 이날 거래소 1층 전광판에는 주가 하락을 가리키는 파란색 화살표가 대부분이었다. 윤 대통령은 앞서 2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증시 개장식에 참석했지만 코스피는 연초 이후 8.3% 폭락했다. 새해 들어 시가총액만 148조 원 넘게 증발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연초부터 ‘삼중 악재’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약화, 국내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실적 부진, 북한 도발과 중동 확전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외국인투자가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이들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9055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며 4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이 대거 주식을 팔아 달러로 환전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크게 치솟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4원 오른 1344.2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56.2원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2022년 11월 미 연준의 긴축 장기화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었던 ‘킹 달러’ 현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美 금리인하 기대감 시들, 대기업 실적 부진-北도발… 증시 연초부터 ‘삼중악재’
코스피 2.47% 급락
지난해 11∼12월 국내 증시를 과도하게 끌어올렸던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최근 들어 시들해지고 있다. 연준의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16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해야 할 시점은 맞지만 그것은 질서정연하고 신중하게 단행돼야 한다”며 “이번에는 급하게 내릴 이유가 없다”고 말해 시장에 또 한 번 실망감을 안겼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연말까지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장이 강하게 달려왔던 것인데, 연준 인사들의 발언들이 올해 6번 금리 인하가 과하다는 신호를 주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조정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날 중국에선 작년 12월 신규 주택 가격이 전달보다 0.4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며 중국 부동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다.
국내 대기업의 실적 부진 역시 증시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는 모두 파란불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2.20% 내린 7만1000원에 마감했다. 실적을 공개한 9일 이후로는 7.19% 빠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5% 줄어든 2조8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43% 밑돈 LG에너지솔루션은 2.62%, LG화학은 5.44% 급락했다.
전 세계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 전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고, 미국 등 서방국과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 간 긴장, 대만 총통 선거 관련 미중 갈등 우려도 상존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워낙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향후 증시는 하락도, 상승도 제한되는 박스권 안에서 변동성이 이어지는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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