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R&D 혁신 방안 발표
100억원 이상 과제 3배로 늘려
연구 주관기관에 운영 전권 부여
신진 연구자들 해외 현장서 교육
정부의 산업·에너지 기술개발 사업이 고위험·차세대·대형 과제 중심으로 재편된다. 초격차 기술에 올해에만 2조 원이 투자되고 대담한 도전을 위해 실패 용인 프로젝트 비중은 현행 1%에서 10%로 크게 늘린다. 또 기업과 연구자가 컨소시엄을 주도적으로 구성해 혁신적인 방식으로 연구를 기획할 수 있게 했고, 기업의 연구개발비 현금 부담을 대폭 완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안덕근 장관 주재로 ‘R&D 혁신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산업·에너지 R&D 투자전략 및 제도혁신 4대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보조금 성격의 R&D 지원은 중단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도전적 과제에 지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고난도의 10대 게임체인저 기술 확보(이른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시즌2’)를 위한 1조 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올해 추진하고, 산업 난제 해결을 위한 과제들에 매년 신규 예산의 10%(약 1200억 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고난도 및 실패 용인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비중은 현재 1%에서 5년 내 10%로 확대한다. 반도체와 미래모빌리티 등 40대 초격차 프로젝트에는 신규 예산의 70%를 배정해 올해 민관 합동으로 2조 원(정부 1조3000억 원)을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또 글로벌 최고 혁신기업 육성을 위해 올해 2조4000억 원의 기업형벤처캐피털(CVC) 펀드를 조성해 투자한다.
R&D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대형 과제 중심으로 지원 체계를 개편한다. 예컨대 배터리 성능 개선을 위한 파편화된 여러 과제를 지원하는 대신 ‘한 번 충전으로 1000km 주행 가능 배터리 개발’ 같은 목표가 명확한 대형 과제를 지원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100억 원 이상 과제 수를 작년 57개에서 올해는 160개로 크게 늘렸다. 우수 기업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연구비 중 기업 현금 부담 비율을 60%에서 15%로 최대 45%포인트 내렸고, 기업 비밀 보호를 위해 개발 과제의 비공개를 허용하는 등 그간 기업들이 요구해온 사항들을 반영했다.
R&D 프로세스는 수요자인 기업 중심으로 전환한다. 정부는 도전적인 목표만 제시하고 민간 기업과 연구자가 과제 기획을 주도한다. 연구단을 꾸리는 주관 기업이나 기관에 컨소시엄 구성, 연구비 배분 권한을 부여한다. 예컨대 1000km 주행 가능 배터리를 개발한다면 어느 연구기관이나 기업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주관 기업이나 기관이 정하는 것이다. 이른바 이런 캐스캐이딩 과제를 10개 이상 도입하기로 했다. R&D 결과의 평가에는 시장 전문가의 참여를 더 확대하고, 투자가 병행되는 R&D를 대폭 늘려 기술 개발이 사업화로 직결될 수 있도록 했다.
미래 세대가 세계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담았다. 첨단전략산업특성화대학원을 현행 반도체 분야 3곳에서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으로 확대한 11개로 늘린다. 한국-네덜란드 연계 석·박사 프로그램을 현지 반도체 기업 ASML과 현지 반도체연구소인 IMEC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한국과 미국 첨단분야 청년인재(학부) 교류를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간 20여 차례에 걸쳐 500여 명의 연구자를 만나 현장 목소리를 수렴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이날 4대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열린 라운드테이블(간담회)에는 연구기관장과 대학 연구부총장, 대·중소기업 기술개발 책임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1시간 30분 동안 R&D 시스템 개편을 위한 간담회를 주재한 안 장관은 “산업·에너지 R&D를 고위험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해 민간의 도전적 투자를 견인하고, 기업 및 연구자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존중하는 수요자 중심의 R&D 시스템으로 전면 전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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