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2%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침을 이행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는 최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열린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에서 이 같은 업무 계획을 보고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대출자들이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며 “금융권도 가계대출을 스스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억제하기로 한 것은 금융당국이 관리 목표치를 직접 밝혔기 때문이다. 17일 금융위원회는 업무 계획을 통해 금년도 가계부채 성장률을 연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치가 4.9%임을 고려하면 금융지주들이 제시한 가계부채 증가율은 절반 이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금융위는 연내로 모든 금융권의 대출상품에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어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도 DSR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계부채 총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기 위해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2년 105.4%에서 지난해 104.5%, 올해 100.8%(예상)로 2년 연속 하락할 전망이지만 국제금융협회(IIF)가 가계부채를 조사하는 3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감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고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현상 유지’에 가까운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0% 이내로 관리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질서 있게 이뤄지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니, 정부가 좀 더 정책 목표를 적극적으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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