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들의 어음부도율이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와 그에 따른 내수 침체로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2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어음부도율은 0.23%로 집계됐다. 전년(0.10%)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2001년(0.38%)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어음부도율은 기업 자기앞수표와 당좌수표, 약속어음 등 어음교환소에 회부된 전체 어음·수표 중 부도 처리된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2019년(0.08%), 2020년(0.06%), 2021년(0.07%) 등 3년간 0.10%를 밑돌던 어음부도율이 2022년부터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데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침체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 침체로 매출이 부진하니까 어음 대금을 기한 내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 또한 지난해 11월 말 기준 0.6%로, 2021년과 2022년 연간 각각 0.3%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로 뛰었다.
다만 한은은 지난해 어음부도율 급등은 ‘기술적 요인’에 따른 것일 뿐 기업 자금사정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를 대상으로 회사채 발행을 지원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 지난해 대거 만기를 맞아 정상 차환됐지만 그 과정에서 만기일과 차환일이 일치하지 않는 등의 ‘기술적 부도’가 늘면서 어음부도율이 상승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한은은 “P-CBO 관련 기술적 요인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 어음부도율은 0.14%로 예년(2010∼2019년 평균 0.14%)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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