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 자사주 매입, 한국 증시 부양에 ‘보약’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30일 03시 00분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이 더 탁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지목받는 주주환원과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서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2022년부터 시장 의견을 경청했고, 2023년부터는 적극적 정책 발표에 나섰다. 지난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서 지적한 시장접근성 문제가 있는 내용들을 개선했다. 외국인 등록제도 개선, 영문 공시 도입, 배당 정책 변경 등이다. 올해도 공모펀드의 경쟁력 제고 방안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 확대 등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보다 더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발표와 상장사들의 성장성 및 수익성 등 재무지표 개선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이 있는데, 국내에선 배당금 지급을 먼저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미국은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상승을 더 선호한다. 2022년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장기업 중 배당을 실시한 기업은 78%인데, 이는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평균주가(96%), 코스피(80%)보다 낮다. 배당 비율이 낮은 대신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 효과와 함께 기업의 재무 개선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통상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실시하는데, 이럴 경우 회사의 자기 자본이 감소하게 된다. 이익이 동일한 상황에서 자기 자본이 떨어지게 되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지게 되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통해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 한국 기업들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부채비율 개선을 위해 보수적으로 자기자본을 높이면서 ROE를 떨어뜨려 온 것과 상반된 조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주주환원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배당 확대보다 자사주 매입이 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자사주 매입은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정책과도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만약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됐다면 개인투자자는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가 상승했다고 하더라도 차익에 따른 세금이 있기 때문에 주주환원 효과가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결정한 만큼 자사주 매입이 배당 확대 정책보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좀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매입은 주주환원 정책이기도 하지만, 회사의 입장에서 현재 주가가 과도하게 싸다는 신호를 주는 행동이기도 하다. 특히 주식 시장이 부진한 시기에 자사주 매입이 주가 부양에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내왔다. 경기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올해 상황을 감안한다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자사주 매입#한국 증시 부양#코리아 디스카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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