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틀 뒤 정책금리를 결정하면서 ‘3월 금리 인하설’에 불을 지필지, 거꾸로, 불을 꺼뜨릴지 주목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평가한 미국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50%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만약 연준이 3월 인하 신호를 보내면 한국은행은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으로부터 한층 자유로워지게 된다. 그러나 한은은 최근 ‘섣부른 금리 인하’에 대한 경계심을 뚜렷이 내비치고 있어, 이 경우에도 당분간 한은의 인하 시점을 가늠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30일 글로벌 금융시장에 따르면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현지시간으로 오는 30~31일 열린다. FOMC 결과 발표와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은 한국시간으로 다음 달 1일 새벽에 예정돼 있다.
미 정책금리가 이번에도 5.25~5.50%로 동결된다는 관측에 이견은 없다. 관건은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예상 경로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다.
특히 3월 금리 인하 여지에 관한 언급이나 성명서 문구 수정이 중요하다. 파월 의장이 지난해 12월 FOMC에서 “금리 인하 논의가 있었다”고 밝힌 직후부터 시장은 연준이 오는 3월 조기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려 왔다.
뉴스1물론 새해에는 미국의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확인된 탓에 연말에 고조된 기대감은 약간 수그러들었다. 전날 저녁 기준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준 정책금리가 3월 5.00~5.25%로 한 단계 낮아질 가능성을 50.5%로 반영했다. 한 달 전에는 73.4%에 달했던 3월 인하 관측이 빠르게 뒷걸음쳤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이번에 매파(통화 긴축 선호) 대비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에 가까운 언급을 더 많이 내놓을 경우, 시장의 인하 기대감은 다시 치고나갈 수 있다.
반대로 파월 의장이 시장의 기대를 진정시키고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한 원론적 언급을 통해 균형점을 추구한다면 조기 인하 기대는 5~6월로 밀리게 된다.
일단 전문가들은 후자 쪽으로 기울 공산이 크다고 봤다. 아직 물가가 2% 목표 달성을 확신할 수 없는 수준(작년 12월 CPI 상승률 3.4%, PCE 2.9%)이라서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인하 기대감을 이연시키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금리 탠트럼(발작·tantrum) 가능성은 낮지만 금리 상승 추세를 막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3월 조기 인하 기대는 대부분 소멸될 것이고 시장은 5~6월 인하 기대를 재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3월에 인하를 하기 위해서는 성명서 문구를 수정해야 하지만 이번에 문구는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 연구원은 “문구를 삭제하면 인하 기대감이 더 강해져 수요를 자극할 위험이 커진다”며 “파월 의장은 물가 둔화와 올해 인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시장에 반영된 인하 가능성은 과도하다고 발언하면서 기대감을 후퇴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레 확인될 연준의 태도는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 한은은 연준의 급속한 금리 인상이 종료되면서 미국으로부터 한결 독립된 통화정책 결정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 정책금리 역전이 역대 최대인 2%포인트(p) 격차로 계속되고 있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는 그림은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연중 미국의 인하 시점이 가시화하면서 한은이 금리를 내리거나 미국이 먼저 내리고 한은이 따라서 내리는 구도를 예상하고 있다. 그 전에 금융안정이 흔들리는 중대 사건이 발생한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지금으로선 선제적인 인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이달 한국은행에서 열린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뉴스1특히 한은이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보이는 태도를 보면 미국보다 빠른 인하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단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안정 목표인 2%로 수렴할 시기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섣부른 금리 인하에 대한 경계심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한은은 전날 펴낸 보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역대 물가 안정기 진입 사례를 분석해 “기조적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만으로 물가 안정기 재진입을 확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역사적으로 물가 안정기 진입에 실패했던 사례를 보면 마지막 단계(last mile) 리스크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물가 충격 이후 기술적으로 따라오는 기저효과를 물가 안정기로의 진입으로 오인하면서 정책 당국이 성급하게 완화 기조로 전환한 경우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물가 지표의 일시적 긍정 신호에 과도한 의미를 두지 않도록 인내심을 갖고 종합적으로 분석·판단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1즉 한은은 모레 연준이 완화적인 스탠스를 보이는 경우 국내 물가에 온전히 집중할 여건이 조성되는 셈이지만 그렇다고 인하 시점이 앞당겨지진 않는다고 봐야 한다. 추후 “인내심을 갖고” 물가 지표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은 여전하다.
반대로 연준이 시장의 인하 기대감을 지연시키면 국내 물가만 아니라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언제 전환될지에 대해서도 계속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국내 물가에 더해 미국 통화정책까지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니, 금리 동결 기조는 쭉 유지될 공산이 크다.
물론 3월 인하설이 후퇴해도 5~6월 인하 기대로 밀리는 정도다. 이번 FOMC는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둘러싼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변수는 아닌 걸로 평가되는 이유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인하가 어려워도 2분기 인하 기대는 유효하다”며 “작년처럼 연준의 추가 긴축이나 고금리 장기화를 우려하는 상황은 아니다. 금리와 환율의 상방이 제한됨에 따라 (금융시장은) 나쁘지 않은 환경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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