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 회장-IBK기업은행장 신년사로 살펴본 ‘2024년 경영전략’
새해 전략 맨 앞줄엔 ‘상생금융’
투자-연금 등 비은행 부문 강화
수익구조 다변화할 전략 구상… AI 도입해 디지털 인프라 속도
국내 주요 금융회사 수장들이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아 상생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수익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수익 구조 다변화와 디지털 전략 수립을 통해 혁신을 꾀하겠다는 의지도 강해졌다.
주요 금융회사들은 지난해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찾아온 고금리·고물가 이중고 속에서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상생금융 필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주요 금융회사 수장들은 새해에도 상생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올해는 지정학적 리스크, 경기 둔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대내외적 불안 요소가 존재해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급속한 디지털화로 영업 환경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데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면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변화가 없다면 생존할 수 없다는 주요 금융회사의 위기의식이 신년사에 반영된 이유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 회장들과 IBK기업은행장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2024년 경영전략을 살펴봤다.
상생금융, 올해도 이어진다
지난해 금융권에서 화두로 떠오른 단어는 ‘상생금융’이었다. 주요 금융그룹은 올해도 상생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각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권은 지난해 12월 역대 최대인 2조 원 규모의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경쟁과 생존’에서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하며 첫 번째 경영전략으로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을 꼽았다. 양 회장은 “고객의 범주에 ‘사회’를 포함해 KB, 고객, 사회의 공동 상생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해외 이용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으로 가입자 수 300만 명을 넘어선 ‘트래블로그’를 예로 들며 상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함 회장은 임직원에게 “성장을 멈추자는 것도, 무작정 나누자는 것도 아니다”라며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신뢰받는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혁신과 도전의 과정에서 업(業)의 윤리를 꼭 지켜야 한다”며 철저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역시 “금융업 존재의 근간인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기존 예측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잠재 위험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이자수익 의존도 낮춰야”
금융그룹 수장들은 비은행 계열사와 비이자 부문의 성장을 강조했다.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 다각화를 꾀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그룹의 경영 목표로 ‘선도 금융그룹 도약 역량 집중·시너지·소통’을 내걸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증권업 진출에 대비해 그룹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병행하는 등 그룹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함영주 회장은 그룹 내외부의 전방위적인 협업을 강조했다. 그는 “협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헌신적인 협업으로 그룹의 역량을 결집하고 경쟁자를 포함한 외부와의 제휴, 투자,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법의 협업을 이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종희 회장 역시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투자운용, 자산관리(WM), 보험, 글로벌’ 4대 영역에서도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비이자 부문은 고객 기반을 유지·강화하고 은행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되는 분야”라며 “퇴직연금과 외환, 카드, 수익증권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반등의 모멘텀을 이어가자”고 주문했다.
AI 도입·디지털 인프라 강화 박차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디지털 역량 확충도 주요 경영 목표로 꼽혔다. 이석준 회장은 “올해부터 사업과 서비스 전 영역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실장하는 준비를 진행해야 한다”며 “전사적으로 구축 중인 슈퍼플랫폼에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 AI까지 탑재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완성형 슈퍼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회장도 “올해 하반기(7∼12월) 출시 예정인 ‘유니버설 뱅킹앱(New WON)’의 완성도 높은 성공적 출범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토큰증권 발행(STO),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생성형 AI 등 디지털 신기술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진옥동 회장은 임직원에게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디지털, 글로벌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는 마음으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성태 행장도 “기업 디지털 금융시장을 획기적으로 선도하면서도 개인 디지털 부문은 경쟁 은행에 뒤처진 부분을 시급하게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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