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이 실제 적용되면 범죄자가 되기 싫어서라도 일을 그만둘 것이라는 기업인들이 많습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유예 촉구 기자회견’에서 만난 황근순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65)은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안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들에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7개 중소기업 협회·단체는 이날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2년 유예를 강력히 호소했다. 기자회견에는 전국에서 모인 중소기업 대표 3500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했다.
각계 기업인들의 유예 호소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장에선 “국회가 문제입니다”, “맞습니다” 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중소기업 다 죽으면 아파트는 누가 짓나’, ‘입법하는 의원님들 현장 한번 보고가라’, ‘중대재해 불안감에 사라지는 기업의욕’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이들도 많았다.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법 위반 즉시 범죄자가 되는 상황에서 적용을 피하기 위해 근로자를 줄이고 법인을 나누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며 “중대재해법이 원래 목적을 달성하도록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승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중대재해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자영업자들이 불안감이 커지고 폐업까지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도적 허점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최봉규 중소기업융합중앙회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은 지난해에야 국가의 법적 컨설팅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며 “고작 1년만 시간을 준 셈인데 준비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전면 적용되면서 83만이 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한순간에 예비 범법자로 전락했다”며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감옥에 갈 위험을 안고 사업하느니 차라리 폐업하고 말겠다는 절규가 터져 나온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일 국회 본회의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며 유예법안 처리를 국회에 강력히 촉구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771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표해서 (유예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함께 참석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도 “중대재해법이 이대로 적용되면 영세 사업자가 구속되는 일이 허다할 것”이라며 “국회가 현실을 외면말고 여야가 협력해서 유예를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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