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 식자재 마트에서 한 시민이 쌀을 고르고 있다. (자료사진) 2023.11.23. 뉴스1
야당이 농산물 가격 폭락 시 정부가 매입, 차액 보장하도록 한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을 강행하면서 정부가 해당 법으로 인한 식량안보 악화, 연 2조원에 달하는 재정부담 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선제적 수급관리 정책과 채소가격안정제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이날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양곡법은 미곡 가격 폭락 또는 폭락 우려 시 초과생산량을 매입하는 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끝에 부결된 양곡법 개정안과는 매입 조항이 다르게 설정됐다. 지난해 개정안은 가격이 3~5% 하락할 때 초과생산량을 매입하도록 했었으나 이번 안은 농식품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양곡수급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매입이 이뤄지도록 했다.
또 정부관리양곡만을 관리 대상으로 하던 것은 밀, 콩 등 전체 양곡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농안법은 쌀, 과일, 채소 등 농산물의 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는 경우 생산자에게 그 차액을 지급하는 가격보장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골자다. 기준가격은 평년가격을 기초로 생산비용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심의위원회가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양곡법은 사실상 의무매입 조항을 담고 있어 쌀 생산 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쌀 소비량 감소에도 공급량은 상승하며 밀, 콩 등 타작물의 재배여건을 조성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안법에 대해서는 보장액이 적정 수준을 넘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해 사회적 갈등까지 초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로 인한 재정부담도 연간 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양곡법과 농안법이 쌀 의무매입, 가격보장 등을 통해 재배 안정성을 올려주는 만큼 농업인들의 재배수요가 집중되며 쌀 변동직불제로 회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식품부는 법 개정보다는 선제적 수급 관리 정책을 통해 가격 안정 등을 추진해 가격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다. 의무자조금단체가 경작신고, 적정 재배면적 사전 관리 등 자율적 수급관리 기능을 수행하도록 지원하고 채소가격안정제 확대를 통해 가격 위험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채소가격안정제는 무, 배추, 마늘, 양파, 고추, 대파, 감자 등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 2022년 17%이던 가입률을 2027년 35%로 설정한 농식품부는 5개년 도매시장 평년가격을 기준으로 80% 이하로 가격이 하락할 시 차액보전 등을 지원한다.
안정제는 과잉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입물량의 50%까지 면적조절과 출하정지 의무를 부여한다.
지난해 안정제 예산이 552억원(가입률 20% 기준)이었던 만큼 정부는 농안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간 1조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노지채소 계획 생산·출하 시범사업도 1개 품목을 지정해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5일 이후 10.5%가량 하락한 쌀의 수급안정을 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려면 법사위 계류 60일 이후 상임위의 본회의 부의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오는 5월29일 21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돼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양곡법과 농안법은 의무매입, 과도한 차액보전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이보다는 선제적으로 수급을 관리하는 등 기존 정책사업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수급·가격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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