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공사비가 급증하며 분양가가 오른 데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이 입지나 조건 등을 따져 신중하게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죠.
미분양으로 건설사 실적이 악화하면서 주택 가격 상승기에 정부가 공급대책의 하나로 내놨던 사전청약 역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2년 전 사전청약을 진행한 인천 서구 ‘가정2지구 우미린B2블록’ 공사 현장은 시공사인 심우건설이 사업성이 악화됐다는 판단 끝에 이달 사업을 철회하기도 했죠. 사전청약 당시 분양가는 인근 시세보다 저렴했지만 집값이 하락해 분양가와 시세 간 차익이 줄어들면서 청약 포기자가 생겨났습니다. 여기에 공사비와 금리가 오르면서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지자 사업을 취소하기까지 이른 것입니다. 오늘은 사전청약 제도가 무엇인지, 주의할 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Q.사전청약 제도란 무엇인가요?
“우선 아파트 분양 시점과 착공에 돌입하는 순서에 따라 선분양과 후분양으로 구분됩니다. 선분양은 건설사가 착공 전 건설 준비 단계에서 분양을 합니다. 이 경우 분양을 받은 이들이 내는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죠. 건설사들로서는 입주예정자들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미리 받는 것은 금리 부담 없이 초기자금을 수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수요자 입장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 건설에 걸리는 2~3년 간의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비교적 저렴하게 주택을 미리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나 철근누락 아파트 논란 등에서 알 수 있듯 시공 이후 품질을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죠. 만약 부실시공, 준공지연 등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입주예정자들도 리스크를 부담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또 요즘 같은 침체기엔 오히려 분양 당시에는 시세보다 저렴했더라도, 입주 무렵엔 시세보다 오히려 분양가가 높을 수 있습니다.
후분양은 전체 공정의 60~80%가 이뤄진 후 분양에 나서는 경우를 뜻합니다. 건설사로서는 원자재가격·인건비 인상 요인 등의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한 후 분양가를 산정할 수 있습니다. 입주자들은 아파트 품질을 살펴보고 분양에 나설 수 있다는 이점이 있죠. 다만 분양가 인상 요인을 반영한 후 분양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건설비용을 금융기관 등을 통해 조달해야 해 금융비용 부담도 커지죠. 또 최근처럼 주택 수요가 급감하고 미분양이 속출하는 경우 건설사 부담이 매우 커집니다. 금융기관에서 끌어온 돈으로 집을 지었는데, 제때 팔지 못해 이자만 내며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사전청약은 선분양보다 약 2년 앞서 청약하는 제도입니다. 2000년대에도 주택 가격이 급등할 때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도입된 적이 있습니다. 이후 주택 시장이 침체하며 시행되지 않다가, 2021년 7월 3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시행됐습니다. 정부가 시장이 과열되자 수요를 일부 분산할 목적으로 도입한 만큼 주로 공공분양이나 공공택지의 민간아파트를 대상으로 실시됩니다. 사전청약 시에는 단지의 위치, 간단한 설계도와 예상 분양가 등의 정보가 주어집니다.”
Q. 사전청약 제도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입주자들로서는 계약금이 당장 필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청약에 당첨되면 보름 안에 계약금을 납부해야하지만, 사전 청약의 경우 본 청약이 시작될 때 계약금을 납부해도 됩니다. 그만큼 자금계획을 짤 여유가 있는 셈이죠. 또 일반 청약과 달리 사전 청약에 당첨돼도 일반 청약에 지원할 수 있고, 당첨 후 포기해도 재당첨 제한이 없습니다. 사전청약 때는 예상 분양가만 제시되고 본청약 시기를 기준으로 분양가가 다시 산정되지만,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물량이 많은 만큼 일반적인 민간 아파트 분양가보다는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예비 청약자들은 사전청약을 노리는 게 좋은가요?
“사전 청약은 분양 후 완공까지 장기간 소요된다는 점에서 분명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최근 건설 경기가 악화되자 사전 청약을 받았던 건설사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더러 생기면서 ‘무주택 실소유자의 내집 마련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 면도 있죠. 특히 건설사들로서는 사전청약 단계에서 사업을 중도 포기해도 특별한 페널티가 없고, 당첨자에게 피해보상을 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철저히 사업성에 따라 공사 진행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사업이 취소되지 않더라도 본 청약이 미뤄지고 있는 곳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새로 택지를 개발해 공급되는 주택이 많다보니 주변 기반시설 확충 등에 시간이 걸리는 탓이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2023년 9월까지 사전청약이 이뤄진 82곳 중 25곳(30.5%) 사업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6월 본청약 후 2025년 12월 입주 예정이던 경기 파주 ‘운정3 A20지구’는 학교 설립 지연 등을 이유로 본 청약 일정이 수차례 밀렸고, 입주 예정일도 2027년 8월로 1년 8개월 가량 미뤄졌습니다.
입주가 미뤄지면서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분양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입주예정자들이 떠안아야할 문제입니다. 사전청약 단지들의 입주가 늦어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 분위기 속 사전청약에서 본청약으로 넘어가는 입주예정자들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전청약 제도가 도입된 2021년 7월~2023년 6월까지 실시된 공공아파트 사전청약 주택 4만4352채 중 실제 본청약까지 이어진 신청자 수는 2819명으로 6.4%에 그쳤습니다.
사전청약은 정부가 주택 가격 안정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염두에 두고 도입한 제도입니다. 본청약 시기나 분양가를 확실히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당첨된 뒤 포기해도 재당첨 제한 등 페널티가 거의 없죠. 자신이 정말 실거주하고 싶은 지역에서 사전청약이 나온다면 지원하되, 당첨되더라도 다른 청약이나 매수 기회는 계속 살피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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