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가 줄줄이 예상치를 밑도는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업황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 침체 및 중국발 과잉 공급으로 시장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신사업으로 키우는 배터리 소재 사업도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며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52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1% 줄었다. 특히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은 증권가 추정치가 6650억 원이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62.8% 작은 2474억 원으로 집계됐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글로벌 수요 둔화로 석유화학 산업의 시황 악화가 지속됐다”며 “전기차도 수요에 대한 시장 우려와 소재 가격 급락이 실적에 영향을 미쳐 변동성이 극심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잇달아 LG화학 목표주가를 낮춰잡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월에만 9개 증권사가 목표가를 하향조정했다. 기존 67만 원에서 57만 원으로 내린 한화투자증권은 “올 1분기(1∼3월)도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운임은 비싸지고 나프타(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대부분 화학 제품의 마진이 추가 악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다른 업체들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29일 실적을 발표한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영업이익(3590억 원)이 2022년 대비 68.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석유화학은 “1분기도 주요 제품의 수요 약세가 지속되며 시장 가격 상승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 제품별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수익 개선에 힘쓰겠다”고 했다. 효성화학은 적자 지속으로 지난해 188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효성첨단소재의 영업이익(1724억 원)도 45.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LG화학, 금호석유화학과 함께 ‘석유화학 빅4’인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은 아직 실적 공시를 하지 않았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적자 지속으로 영업손실 1915억 원을, 한화솔루션은 전년 대비 24.1% 줄어든 영업이익 733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고, 내부 석유화학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증설 탓에 업황 개선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며 “당분간은 과잉 공급 현상이 지속될 것이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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