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등 인기에 3조원 돌파… 해외직구 금액 절반이 중국 업체
물류창고 늘려 배송기간 단축… 우체국 이용해 배송비도 줄여
알리 불만신고는 1년새 5배 급증
직장인 곽모 씨(28)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서 수납장, 청소용품 등을 직접 구매(직구)했다. 똑같은 상품도 알리에선 국내의 반값에 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3만3000원에 7개 품목을 사며 든 배송비는 0원. 곽 씨는 “가성비 쇼핑을 위해 알리를 찾았는데, 빠르면 5일 안에 배송이 와 이용할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조만간 알리에서 양말 등을 재구매할 예정이다.
초저가 상품을 파는 중국 이커머스 인기에 중국 직구 금액이 처음으로 3조 원을 넘어섰다. 고물가에 ‘가성비 쇼핑’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데다, 무료 배송을 앞세운 공격적 영업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업체의 한국 시장 공습에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내놓은 2023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온라인 직구 금액은 3조29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조4900억 원)보다 2.2배로 뛰며 처음으로 3조 원을 넘어섰다. 전체 해외 직구 금액은 1년 전보다 26.9% 증가한 6조7600억 원이었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48.7%)가 중국 직구인 것이다.
반면 미국의 인기는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미국 직구 금액은 1년 전보다 7.3% 줄어든 1조8600억 원으로 처음으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9년 전만 해도 70%를 웃돌던 비중도 27.5%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미국에 이어 3위인 유럽 직구 금액은 22.9% 급감한 8800억 원이었다.
중국 직구 품목으로는 옷·신발·액세서리 등 의류와 패션 상품이 1조9200억 원어치(58.4%) 들어와 가장 인기가 많았다. 가전·전자·통신 기기는 2800억 원어치(8.4%), 생활·자동차용품은 2100억 원어치(6.5%)가 직구를 통해 소비됐다.
중국 직구가 급증한 것은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저가 공세가 국내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직구의 최대 장벽으로 꼽히는 배송 기간과 배송비가 줄어든 것도 중국 직구족이 급증한 배경이다. 중국 전역에 물류 창고를 구축한 알리는 해외 주문 상품을 빠르게 배송할 수 있도록 항만 근처에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빠른 배송을 위해 CJ대한통운 등과 제휴했다. 알리는 곧 국내에도 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알리와 테무는 ‘우체국’을 통해 배송하면서 물류 비용을 낮추고 있다. 중국 우체국은 국영기업으로 정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다른 민간 물류업체들보다 배송 가격이 더 싸다. 이 덕분에 알리와 테무는 물류비를 줄여 그 비용을 상품 가격에 포함시키고 한국에서 배송비를 낮추는 것이다.
다만 이들 중국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많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소비자상담센터에 들어온 알리 관련 불만 신고는 지난해 465건으로 1년 전(93건)에 비해 5배로 급증했다. 유형별로는 배송 지연, 오배송, 상품 누락, 배송 중 분실을 포함한 계약불이행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제품 품질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온라인에서는 불량 제품 또는 짝퉁 상품을 잘못 구입했다는 소비자들의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고물가와 양극화가 심화되며 초저가 상품을 무기로 한 중국 이커머스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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