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고금리에 음식료품을 비롯해 주로 1년 미만으로 사용되는 상품 소비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수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미만 사용되는 소모품인 비내구재의 소매판매액은 1년 전보다 1.8% 감소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8.8%)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특히 음식료품과 의약품 소매판매액은 각각 2.6%, 1.5% 줄어 200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화장품 역시 11.5% 급감해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18.7%)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소비 여력이 줄어든 가계가 식료품이나 소모품 등의 소비부터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의복, 신발 등 준내구재 소매판매도 지난해 2.6%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2021년부터 이어지던 회복 흐름이 2년 만에 꺾였다. 상품군별로는 의복(―2.1%), 신발 및 가방(―5.6%), 오락·취미·경기용품(―2.1%), 기타 준내구재(―2.8%) 등 모든 품목에서 1년 전보다 소비가 줄었다. 전체 소매판매액 역시 1년 전보다 1.4% 쪼그라들었다. 2022년(―0.3%)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로, 감소 폭 또한 2003년(―3.2%) 이후 20년 만에 가장 컸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며 지난해 12월 경기 동행지수는 한 달 전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동행지수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지난해 6월부터 7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2009년 11개월 연속 떨어진 이래 가장 긴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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