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대銀 임직원 절반 ‘ELS 자격증’… 판매독려 3년간 7000억 이익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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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가점 등 사실상 자격증 의무화
“석달 만에도 따… 이해 수준 낮아”
개별 목표량 제시, 판매 드라이브
고객 원금 날릴때 거액 수수료 챙겨

3년 전 시중은행에서 공공기관으로 옮긴 정모 씨(34)는 이직 전까지 창구에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을 판매했다. 그는 “지수가 30% 넘게 떨어지지 않으면 5∼6%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그렇게 떨어질 확률은 매우 낮다고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 상한선은 막혀 있고 손실 하한선은 없는 고위험 상품이지만 지점에서 제시한 목표 판매량을 채워야 해 손쉽게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며 “팔면서도 내심 불안했다”고 고백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임직원의 절반 넘는 인력이 ELS 판매 자격증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의 임직원이 보수가 높은 ELS 판매에 주력하면서 5대 은행이 최근 3년간 벌어들인 수수료만 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각 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5대 은행에서 ‘파생상품 투자권유자문 인력(파생상품 투권인)’ 자격증을 보유한 임직원은 총 4만2831명이었다. 이는 5대 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약 8만2000명) 대비 약 52%에 해당한다. 은행원이 업무 중에 파생상품을 취급, 판매하기 위해선 금융투자협회에서 주관하는 파생상품 투권인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은행원의 절반 이상이 해당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회사의 ‘권고 사항’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은 △승진 심사 시 가점 부여 △영업점 직원의 필수자격증 권장 △관리자 승진 위한 자격 포인트 등의 형태로 파생상품 투권인 취득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 자격증을 소지한 은행원이 ELS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PB센터 차장은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석 달 정도만 공부하면 웬만해선 다 딸 수 있는 자격증”이라며 “소지 유무를 가지고 ELS 상품 이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5대 은행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ELS를 고객에게 판매해 6815억7000만 원의 수수료 이익을 남겼다. 2021년 가입한 투자자들이 수익은커녕 원금 회수를 걱정하는 처지와 상반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설 연휴 직후 2차 현장점검에서 ELS 판매사 조사를 신속히 끝낸 뒤 이달 중 큰 틀의 배상기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날 2024년 업무계획을 발표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ELS 판매사에서 재가입을 명분으로 적합성 원칙을 지키지 않고 그냥 ‘믿고 가입하세요’라며 스리슬쩍 권유했다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판매사의 자율배상을 이끌기 위한 노력도 병행 중이다. 배상기준안은 손실의 60% 배상을 권고했고 금융사는 40% 배상에 동의하는 상황이라면, 40%라도 먼저 피해자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이 원장은 “배상 규모에 대한 시각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본인들이 수긍하는 부분은 자발적으로 일부라도 드릴 수 있다면 당장 유동성이 생겨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직원 절반#els 자격증#판매독려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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