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식서 자녀 70명에 70억 전달
“셋째 출산땐 영구임대주택 제공”
이중근 회장 “다른 기업에 확산 기대”
‘출산장려금 기부 면세 제도’ 제안
“올해 1월 3일 아이를 낳으면서 경제적으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파격적인 지원 덕분에 앞으로 둘째도 계획할 수 있게 됐네요.”(부영그룹 손정현 주임)
5일 서울 중구 태평로2가의 부영그룹 본사 강당. 2024년 부영그룹 시무식이 열린 이곳에서는 여느 해와 달리 아이 울음소리가 간간이 터져나왔다. 그럴 때마다 직원들은 하나같이 웃음꽃을 피웠다. 이날 행사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부영그룹은 이날 임직원이 자녀를 낳으면 아이 1명당 1억 원씩 지급하는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을 내놨다. 민간 기업에서 억대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은 2021년 이후 태어난 직원 자녀 70명에게 출산장려금 1억 원씩, 총 70억 원을 지급했다.
앞으로도 자녀를 출산하는 임직원에게 아이 명의로 1억 원씩 줄 계획이다. 셋째를 낳는 경우 출산장려금 또는 전용면적 60㎡ 규모의 영구임대주택 제공도 약속했다. 단, 주택은 국가의 토지 제공을 전제로 했는데 근거가 되는 법령은 없다. 부영은 이 외에도 △자녀 대학 학자금 지급 △직계가족 의료비 지원 △자녀수당 지급 등의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연년생(2021, 2022년생) 아이를 둔 조용현 대리는 “아내가 셋째를 낳고 싶어 했는데 제가 외벌이라 경제적 부담을 느껴 왔다”며 “(셋째 계획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고 했다. 지난해 1월 이란성 쌍둥이를 낳은 최우진 주임은 “이번 장려금이 자녀 교육이나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대책”이라고 만족해했다.
부영이 이런 대책을 내놓게 된 배경에는 한국의 심각한 저출생 상황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전국 합계출산율은 0.70명이었다. 인구가 줄어들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출산율(2.1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부영의 파격적 장려책이 화제가 되면서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20년 후 경제생산인구 감소, 국가안전 보장 및 질서 유지를 위한 국방인력 부족 등 국가 존립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며 “다른 기업에서도 (출산장려책이) 좋은 방법으로 쓰이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출산장려금 기부 면세 제도도 제안했다. 출생아 1인당 1억 원 이내로 개인이나 법인이 기부할 수 있게 하되, 수령한 금액은 면세 대상으로 해 부모의 다른 소득과 합산 과세하지 말자는 것이다. 또 기부자에 대해서도 개인·법인이 각각 소득세나 법인세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면세 제도가 자리 잡는다면 친족이나 이웃, 지역주민이 갓 출산한 부모들을 돕기 위해 나설 수 있다”며 “기업도 법인세를 공제받게 되면 최고 한도 1억 원이라도 기꺼이 기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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