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작년에만 15건 역대 최다
국내기업 인수 등 수법 다양해져
‘벌금 상향’ 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최근 5년간 해외로 유출된 산업기술이 1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건 중 한 건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가핵심기술이었다. 정부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도한 기업 자율성 침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와 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총 96건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에서의 기술 유출 적발 건수가 38건(39.6%)으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16건·16.7%), 자동차(9건·9.4%) 등이 뒤를 이었다. 유출된 기술 중 국가핵심기술이 33건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정부는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은 핵심기술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1년간 적발된 반도체 기술 유출 건수만 15건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 기업이 국내에 기업을 설립한 뒤 인력을 고용해 기술을 얻거나 국내 기업을 인수한 뒤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등 기술 유출 수법이 점점 지능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유출이 늘면서 산업부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유출 범죄 벌금을 현재 15억 원 이하에서 최대 65억 원 이하로 높이고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3배에서 5배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9월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산업부는 21대 국회 임기 안에 법안을 처리하고 올 하반기(7∼12월) 시행령 개정 등에 착수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조항을 두고 산업계 일각에서 반대하고 있다. 개정안은 외국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할 경우 인수하려는 외국인이 인수되는 기업과 함께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인수되는 국내 기업만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 통지제도 업계의 반발을 낳고 있다. 현재는 기업이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 달라고 신청해야 판정 절차가 시작되지만 통지제가 도입되면 정부가 기업에 국가핵심기술 보유 여부를 판정받도록 의무를 부여할 수 있다. 정부가 강제로 기술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과정에서 기업의 기술, 노하우 등이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판정 신청 통지는) 수사기관 제보 등을 통해 기술 유출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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