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이 2021년 이후 태어난 직원 자녀에게 1명당 현금 1억 원을 지급하는 출산장려책을 내놓으면서 정부도 민간 기업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을 고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8일 출산장려금의 세제 혜택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출산장려금을 받는 직원과 더불어 이러한 정책을 펼치는 기업도 도와주자는 취지다. 기업이 출산·보육과 관련해서 근로자에게 지원금을 주거나, 복리후생 분야로 지출하는 금액을 비용으로 인정해 해당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가 전 국민의 관심 사안이 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출산장려금을 근로소득과 증여뿐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에게 아이 1명당 1억 원을 출산장려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태어난 70명의 직원 자녀 1인당 1억 원씩을 지원해 총 70억 원을 지급했다.
부영그룹은 직원들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증여’ 방식을 택했다. 1억 원을 증여할 경우 10%인 1000만 원이 세금으로 부과된다. 다만 과세당국이 이를 ‘근로소득’으로 볼 경우 세금은 크게 늘어난다. 연 소득 5000만 원인 직원의 경우 출산장려금이 임금으로 잡히면 연 소득이 1억5000만 원을 넘기게 된다. 현행 소득세 과세표준상 연 소득 1억5000만∼3억 원 구간의 소득세율은 38%이기 때문에 출산장려금 1억 원에 대한 세금은 3800만 원이 된다.
이 같은 세금 문제로 부영그룹 측은 ‘출산장려금 기부면세 제도’를 제안하기로 했다. 2021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에게 개인이나 법인이 3년간 1억 원 이내로 기부할 경우 지원받은 금액을 면세해주자는 것이다. 기부자에게도 기부 금액만큼 소득·법인세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덧붙였다.
이번 출산장려금에 대해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환영의 뜻을 내비쳤으나 정부 입장에선 고심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출산장려금 정책 자체의 의도는 좋으나 세법상 명확하게 선을 긋지 않으면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예를 들어 기업의 상여를 증여 형식으로 돌릴 수도 있기 때문에 한 가지 경우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공익적 차원에서 장려해야 할 정책이기 때문에 기타소득과세 등 다른 방법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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