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을 기존의 연 매출 8000만 원 미만에서 1억400만 원 미만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로써 약 14만 명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가 일반과세자(10%)보다 낮은 1.5∼4.0%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 복합문화공간 ‘레이어57’에서 ‘함께 뛰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맛 나는 민생경제’를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이를 포함한 지원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재기를 위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간이과세자 기준 완화에 대해 “법률 개정 없이 정부가 대통령령으로만 할 수 있는 최대치”라며 “앞으로도 이 부분은 법 개정으로 부담을 더욱 덜어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번 간이과세 기준 상향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기준을 48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높인 후 4년 만이다. 올해 초 정부가 간이과세 기준을 높이겠다고 밝히자 정부 안팎에서는 물가상승률과 세수 등을 감안했을 때 9000만 원 내외로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고금리, 고물가로 힘든 소상공인 형편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상향 폭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달 중 시행령을 개정하면 올 7월 1일부터는 상향된 기준 금액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세수는 약 4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年매출 1억 식당 부가세 636만원→135만원 줄어들어
간이과세 기준 1억400만원 228만명 평균 100만원 이자 환급 청소년에 속아 술판매땐 처벌 완화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책으로 내놓은 간이과세는 영세한 개인사업자에게 사실상의 감세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예컨대 연간 매출액이 1억 원, 인건비를 뺀 식재료비 등의 비용 지출이 3000만 원인 식당은 현재 일반과세가 적용돼 부가세가 연 636만4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간이과세가 적용되면 세금이 연 135만 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정부는 이와 함께 연 매출 3000만 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 126만 명을 대상으로 20만 원의 전기요금을 지원한다. 지난달 초 ‘2024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회’에서 확정한 사항으로, 이달 21일부터 신청을 받아 다음 달 초부터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자도 일부 경감해준다. 다음 달 29일부터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중소금융권에 납부한 이자를 최대 150만 원까지 돌려주는 이자 환급책을 지원한다. 최대 300만 원까지 돌려주는 은행권 이자 환급은 이달 5일부터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금융권과 협조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228만 명에게 평균 약 100만 원씩, 총 2조4000억 원의 이자를 환급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26일부터는 연 7% 이상의 고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 중인 중·저신용 소상공인 1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환 대출을 시작한다. 대출 갈아타기를 활용하면 연 4.5% 금리, 최대 10년 장기 분할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개선에도 속도를 낸다. 청소년들에게 속거나 협박을 당해 술·담배를 팔았는데 영업정지라는 무거운 행정처분을 받아야 했던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에 신분증을 확인했다거나 폭행·협박을 받은 사실이 증명될 경우 판매에 따른 행정처분을 면제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법령 개정은 나중에 해도 지자체에 전부 공문을 보내 이런 불이익 처분을 내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논의하고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전부 연락해 기초자치단체에서 행정처분을 못 하게 즉시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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