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갈아타기’ 바늘구멍 뚫어도…차떼고 포떼니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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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9일 0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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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거주 중인 직장인 A씨는 최근 금융권에서 화제를 끌고 있는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새해를 맞아 한 푼이라도 이자를 아끼기 위해 갈아타기를 시도했으나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대출 갈아타기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더 낮은 금리의 대출 상품으로 손쉽게 바꿀 수 있는 서비스다.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지난달 31일부터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도 시작됐다.

예를 들어 2억원의 전세대출을 금리 5%로 계약하면 연 1000만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타 은행에서 제공 중인 금리 4% 상품으로 갈아타는 경우 연이자는 800만원으로, 단순 이자만 놓고 보면 2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문제는 대출 만기 전 대출금을 갚을 때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시중 은행은 통상 원금의 0.6~0.7%를 중도상환수수료율로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2억원을 2년 만기로 빌렸다가 즉시 상환하면 120만~140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중도상환수수료는 잔존 일수(만기까지 남은 일수)에 따라 다시 계산된다. 이용자가 전세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기간인 대출 후 3개월~12개월을 적용하면 적게는 60만원에서 많게는 120만원까지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지세와 보증료도 있다. 인지세는 재산과 관련된 문서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인지세는 대출금 5000만원~1억원까지는 7만원, 1억원~10억원까지는 15만원이다. 은행과 소비자가 인지세를 절반씩 부담하는 점을 고려하면 약 7만5000원의 인지세를 내야 한다.

보증료도 있다. 전세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의 ‘보증서’를 담보로 진행된다. 보증료는 대출금을 상환하는 책임을 지는 대가로 내는 수수료다.

2024.1.31/뉴스1
2024.1.31/뉴스1
보증료율은 통상 원금의 0.06~0.2% 수준이다. 쉽게 말해 2억원의 전세 대출 시 12만~40만원의 보증료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기존 전세대출을 해지하면 추후 보증료 일부를 돌려받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새 대출 계약 시 다시 보증료를 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전세대출 갈아타기는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달리 보증기관·전세계약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더 까다로운 조건이 적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도상환수수료에 인지세, 보증료까지 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이자 절감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갈아타기 전 갖가지 부대비용을 따져 갈아타는 것이 유리할지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도 금리 6% 이상의 ‘고금리 대출자’의 경우 갈아타기를 이용해 금리를 적극적으로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대출자의 경우 부대 비용을 포함해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고금리로 수억원대의 대출을 받은 차주의 경우 0.1%포인트(p) 정도의 금리 인하에도 큰 이자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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