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경제 성장 비결은 초저금리를 통한 엔화 약세에서 찾을 수 있다.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임금이 상승하는 경제 선순환이 이뤄졌다. 반대로 엔화 강세로 전환할 경우 선순환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 취약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올해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달러 약세가 엔화를 강세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일본은행에서 초저금리를 더 유지할 수 있게 돼 엔화 강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3년간 일본 경제는 연평균 1.9% 성장했다. 올해도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1.0∼1.5%가량의 성장이 예상된다. 소비자물가도 올해까지 3년 연속 일본은행의 목표인 2%를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확산하고 있다.
주의할 점은 지난해 2분기(4∼6월) 들어서야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2022년 중반 이전에 코로나19 이전의 GDP를 회복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의 회복 속도는 상당히 늦은 편이다.
이는 일본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 일본의 정부 부채는 GDP의 236%에 달했다. 일본은행도 이미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최근 일본 경제의 높은 성장률이 다른 국가에서 나타났던 코로나19 회복 현상에 불과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실제 소비자물가도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시점에 정점을 찍은 뒤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올해 1월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물가 목표 달성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다수 기업의 올해 임금 상승률이 높아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중앙은행이 3년 연속 물가 목표 달성을 예상하면서 통화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르면 올해 2분기 현행 ―0.1%인 정책금리가 0%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후의 금리 인상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소비자물가와 임금 선순환의 핵심 고리인 기업의 실적 증가는 상당 부분 엔화 약세에서 비롯됐다. 만일 일본은행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엔화 강세로 전환돼 기업 실적 상승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
미 연준이 올해 3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경우 엔화는 다른 나라의 통화들과 마찬가지로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일본은행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진다. 이에 따라 일본의 엔화 강세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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