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현황을 사업장 단위로 점검한다.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신속한 정리를 돕는 차원에서 대주단 협약 개정에도 나설 예정이다.
12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트를 사업장 단위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금융사 및 업권별 위험을 살펴보는 데 주력해 왔다면, 이제부턴 개별 투자 건이나 사업장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담보인정비율(LTV)의 변화, 기한이익상실(EOD·대출 만기 전 자금 회수 요구) 발생 사유 등을 중점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EOD 발생 시 선순위 투자자가 자산 매각을 결정하면 중·후순위 투자자의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또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에 대한 현장 실사가 어려운 점을 악용해 손실 인식을 미루는 금융사들이 있는지도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이 같은 ‘핀셋 관리’에 나선 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주가는 상업용 부동산에 내준 대출 손실 우려로 폭락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잔액은 55조8000억 원이었는데, 이 중 북미 지역 비중이 64.2%(35조8000억 원)로 가장 높았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중 전국 3800여 개 금융사들이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약’도 개정할 방침이다. 부실 사업장을 조속히 정리하기 위해 대출 만기 연장 기준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대주단이 만기를 연장하려면 채권액 기준 66.7% 이상 동의해야 하는데, 이를 75%로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부동산 PF의 뇌관으로 꼽히는 미착공 브리지론(토지 매입 등을 위한 단기대출)의 경우 만기 연장 가능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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