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추가 적용유예 논의가 새로 구성될 22대 국회에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미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총선을 앞둔 시점에 정치적 고려를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번 국회에서 타협이 어렵다면 총선 이후에는 다시 논의를 재개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법 추가 적용유예를 주장했던 여당에서 일찍부터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고, 법 시행 전 막판 여야의 협상이 타결 직전까지 갔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전혀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홍석준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 위원장은 지난 7일 한 행사장 초청강연에 참석, 새로 구성될 ‘22대 국회’의 한 과제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다시 꺼내들었다.
21대 국회 전반기 환경노동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홍 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만들 때부터 문제가 많았는데, 만든 이후에도 산업재해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50인 미만 기업까지 확대 적용됐기 때문에 경영·투자 위축을 부를 이 법을 그대로 놔둘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22대 총선이 두 달 조금 넘게 남은 상황에서는 여야 협상이 어려운 만큼 새로 들어설 국회에서 다시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인데,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과도 같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KBS와 진행한 100분 신년 특별대담에서도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처법 확대 시행과 관련 “만약 중소기업 경영이 악화되고 문을 닫는 일이 벌어지면 많은 근로자들이 일터를 잃을 수 있다”며 “중소기업에 이를 무리하게 확대하지 말고 유예를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추가 적용유예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50인 미만’ 추가 적용유예 내용을 담은 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을 두고,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의 표를 잃지 않으려는 정략적 판단이라며 줄곧 비판해왔다.
정부여당에서 법 시행 전 마지막까지 민주당이 내건 요구를 ‘전격 수용’했지만, 끝내 협상 테이블을 떠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총선이 끝나면 50인 미만 사업장의 추가 적용유예 법안은 ‘정략적 판단’이 아닌 ‘민생’ 우선 법안으로서 국회 구성 여하를 떠나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따져도 전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도 ‘적용유예’ 개정안 처리가 민주당의 거부로 무위로 돌아가긴 했지만, 당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거의 협상 타결 직전까지 갔었다.
민주당이 그동안 적용 유예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한 ‘산업안전보건지원청(산안청) 설치’를 당정이 받기로 한 것으로, 대통령실에서도 ‘산안청 설치 수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내건 요구에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었다.
중처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협상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애초 중처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 민주당이 ‘조건부 수용’ 가능성을 제시한 것부터 협상의 여지는 열어 놓은 것으로 총선을 앞둔 특수성이 배제된 상황이었다면 충분히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 정부여당 안팎의 판단이다.
정부 측 한 관계자는 “중처법 개정안은 정쟁 법안이 아니고, 중소·영세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한 법안이라는 인식에는 일정부분 여야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이미 이번(21대) 국회에서 논의가 충분히 숙성된 만큼 정략적 여건을 배제한다면 22대 국회에서는 재논의도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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