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연구인력 초임, 사무직 1.7배… “첨단산업 고연봉에 의대 쏠림 현상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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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난에 빠진 K배터리]
리훙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교수
“‘미래 보장’ 기대 심어줘야 인재 유입”

“중국에선 이과생들 사이 의대 쏠림 현상이 없습니다.”

6일 중국 베이징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에서 만난 리훙 교수(사진)는 “최근 중국에서 유능한 인재는 의대가 아닌 배터리와 반도체 분야로 진로를 정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 교수는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만 30년간 연구한 중국 내 배터리 석학으로 꼽힌다. 중국과학원은 1949년 설립된 중국 최고 학술기관이다.

리 교수는 “중국은 한국과 달리 사립병원이 거의 없고 국유병원이 대부분이라 기본적으로 의료가 돈 버는 업종이 되기 힘들다”라며 “오히려 8년 이상 긴 시간 공부해야 해서 기회비용이 큰 곳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이과 인재들은 보상이 확실한 배터리, 정보기술(IT), 반도체 등 첨단 산업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약 10년 전에는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IT 기업으로 인재가 주로 몰렸으나 최근에는 반도체, 배터리 분야로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전기차백인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배터리 업계 R&D 인력의 초임 연봉은 생산직이나 재무·회계직 대비 15∼66%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학부급 R&D 인력 기준이다. 리 교수는 “박사까지 마친 고급 인재가 되면 연봉은 기본 R&D 인력의 3∼4배까지 뛴다”며 “메이저 기업들은 최고 수준의 인재를 회사로 끌어오기 위해 공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한국의 배터리 인재난에 대해서 “중국처럼 정부가 배터리 전담 학과를 만들며 힘을 싣는다면 인재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해당 산업이 앞으로 성장성이 밝고 투자한 만큼 미래가 보장된다는 기대감을 심어줘야 똑똑한 학생들이 유입되고 생태계가 커진다는 것이다.

배터리 산업에 대한 자국민들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내 ‘배터리판 유튜브’인 ‘TIES ESS 학당(天目湖储能学堂)’이라는 오픈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2차전지 관련 영상을 올리고 전문가들의 지식을 배울 수 있다. 현재까지 해당 플랫폼엔 200개가량의 강좌가 업로드됐고 누적 수강자 수는 5만 명에 달한다. 리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연구 현장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에 민감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인재를 키우고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배터리 연구#첨단산업#고연봉#의대 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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