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에서 본 혁신 기술
AI로 리서치 등 업무 자동화
사용자 이물감 최소화하고
사생활 침해 우려도 해소
전 세계 4300개 이상의 기업이 저마다 혁신적인 기술을 뽐내며 14만 관람객의 관심을 차지하기 위해 불꽃 튀게 경쟁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4’가 1월 막을 내렸다. 획기적인 기술들에 담긴 창의성에 감탄하는 다른 한편으로, 이처럼 많은 기술 중에서 ‘어떤’ 것이 ‘언제’ 기존 기술을 대체할지,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제 막 시장에 선보여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했거나 출시를 앞둔 기술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혁신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기술들이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현재 신기술이 기존 기술을 대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월 1호(386호)에 실린 CES 2024 현장 리포트를 바탕으로 향후 국내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기술 및 트렌드를 정리했다.
● 기업 생산성 높이는 AI
CES 2024를 종합해 보면 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기업의 수요를 구체적으로 공략한 서비스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포커스는 연구개발(R&D)을 위한 리서치와 의사결정 과정을 효율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분석 플랫폼으로 혁신상을 받았다. 전 세계 특허 데이터의 업데이트 빈도, 관련 패턴 인용률 등을 측정해 현재 어떤 기술을, 언제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구체적으로 예측해 경영진에게 조언한다. 포커스는 기업이 사내 전문가나 외부 컨설턴트를 통하면 자료 조사부터 예측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반면, AI 플랫폼을 활용하면 1∼2주 안에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한국 스타트업 스튜디오랩의 ‘셀러 캔버스’는 마케팅 비용 절감을 기대하는 기업 고객들을 타깃으로 삼은 서비스다. 패션 상품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생성형 AI 모델이 15초 만에 스타일, 색상 등 상품의 주요 특성을 파악해 어울리는 이미지 레이아웃과 설명 문구를 담은 상세 페이지를 작성해준다.
● 기술-시장 핏(fit)을 뾰족하게
타깃 고객과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해 서비스를 최적화한 기업들도 주목받았다. 젠다카디언은 한국계 스타트업이지만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두고 창업 초기부터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기에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 회사가 미국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의 의료복지 시스템을 활용한 덕분이다. 국가 보험인 메디케어, 메디케이드가 65세 이상, 저소득층 만성 환자에 대한 원격 건강 상태 모니터링을 지원한다는 점을 노려 국가 지원금이 필요한 요양 시설을 주요 타깃 고객으로 삼았다. 젠다카디언이 자체 개발한 레이더 기반 생체 신호 모니터링 솔루션은 신체 움직임, 호흡, 심장 박동 등의 생체 신호를 파악해 요양시설 환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데 활용된다.
● 기존 기술의 불편 해소
사용자의 불편이나 이물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한 기업들도 많았다. 와이파이 파동을 분석해 사물을 감지하는 와이파이 센싱 기술로 유명한 스타트업 나미는 필립스의 가전 브랜드인 베르수니와 협업해 개발한 플러그 형태의 초경량 보안 센서를 선보였다. 나미는 카메라나 마이크, 별도의 웨어러블 기기 없이 사용자가 쉽게 가정 환경에 보안 센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침해적(Non-intrusive)’인 솔루션임을 강조했다.
디지털 헬스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은 한국 스타트업 엠마헬스케어는 별도의 웨어러블 센서를 아이 몸에 부착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시각, 청각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AI 기술을 아기 침대에 도입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스마트 아기 침대 ‘베베루시’는 카메라의 비전 AI와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해 아기의 심박수나 호흡수, 스트레스 지수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또 아기가 깨거나 울면 스스로 위아래로 바운싱 동작을 하고 사전에 녹음한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면서 아기를 재운다.
● 사용자의 심리적 장벽 제거
AI 기술 상용화에 따른 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런 사용자의 경각심을 이해하고 이를 해소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기업들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최대 사물인터넷 기술 기업인 루미의 스마트홈 브랜드 ‘아카라’는 모든 센서가 연결된 스마트홈 시나리오를 선보이면서 실내 ‘사생활 보호 모드’를 강조했다. 온라인 연결 없이 센서를 통해 인물의 신원과 음성을 인식하고, 오로지 긴급 상황에서만 카메라의 모니터링 시스템에 신호가 전달돼 녹화가 시작된다.
에어비앤비 등 다양한 렌털 업체와 거래하는 싱가포르의 스마트록 업체 이글루컴퍼니는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잠금장치에 AI를 도입한 신제품을 개발했다. 예컨대 사용자 위치를 탐지하는 AI 엔진으로 출입 또는 사용이 허가된 인물이 특정 손짓이나 행동을 취하면 이를 감지해 잠금을 해제하는 방식이다. 해킹에 취약한 와이파이 연결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보안상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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