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에 3.7% 붙는 준조세
올해 징수 목표액 3조2028억
“그동안 정부 쌈짓돈처럼 사용
인프라 투자 등 취지 맞게 써야”
국민들이 내는 전기요금에 3.7%를 부가해 걷는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이 올해 처음으로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력기금도 함께 불어나고 있지만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정부가 ‘쌈짓돈’처럼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전력기금 징수 목표액을 3조2028억 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징수 목표액(2조5894억 원)보다 23.7% 늘어난 규모로, 전력기금이 연간 3조 원을 넘어서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2016년 2조 원대로 올라선 전력기금의 징수 목표액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2조 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전력기금이 크게 늘어나는 건 매년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는 데다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전기요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을 시작으로 전기요금은 1년간 총 26원 올랐다. 전력기금은 전기요금의 일정 비율로 걷히는 준조세다. 징수율은 6.5% 이내에서 시행령으로 규정하도록 돼 있는데, 2005년 12월부터 현재까지 3.7%가 적용되고 있다. 한 달에 10만 원의 전기요금을 냈다면 이 중 3700원은 한국전력이 아니라 정부가 가져가는 셈이다. 요금 인상과 사용량 증가에도 19년째 3.7%가 유지되면서 부담금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전력기금은 정부가 쌈짓돈처럼 쓰는 대표적인 부담금으로 꼽힌다. 실제로 정부는 2022년부터 전력기금에서 매년 약 1조3000억 원을 전기차 보조금에 주로 쓰이는 ‘에너지특별회계’로 넘기고 있다. 매년 2000억 원은 ‘기후위기대응기금’에 지원된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징수된 부담금이 원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사용되는 부담금 중 하나로 전력기금을 꼽기도 했다. 대한상의는 “전력기금 여유 재원은 2021년 기준 3조777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며 “해당 여유 재원은 정부가 기금 등의 여유 재원을 통합 관리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예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전력기금이 주로 쓰이는 곳도 달라져 불필요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전력기금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선 원전 홍보에 사용됐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태양광 사업, 한전공대 설립 등에 사용됐다. 특히 2021년 6월 전기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국회의 감시를 받지 않고 탈원전 기조에 따른 원전 사업 손실 비용을 메우는 데 사용됐다.
이에 따라 전력기금의 도입 취지에 맞게 전력 산업 기반 마련을 위해 기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국전력이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인데도 전력기금을 전기 사용을 감축하면 주는 인센티브 등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며 “앞으로 전력 산업도 무탄소 발전으로 가야 하는 만큼 관련 인프라 투자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 전력기금을 포함해 91개의 부담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올해 안에 부담금 전면 개편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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