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더 유연하게… 유럽은 여러 번 나눠쓰고 조부모도 대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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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용률 높아져도 30% 남짓… 남성 근로자 육아휴직 6.8% 불과
해외선 1개월 단위로 나눠 쓰거나 손주 돌보는 근로자에게도 제공
상황 맞게 쓰도록 자율성 높이고, 사용 꺼리는 기업 인식 개선해야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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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조언



총선을 앞두고 지난달 여야가 저출산 대책으로 육아휴직 확대 공약을 잇달아 내놨다. 국민의힘은 ‘아빠 출산휴가 1개월’을 의무화하고,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월 15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모 누구나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출산 전후 급여와 육아휴직 급여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공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육아휴직 기간 및 급여 확대와 함께 현행 제도를 더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 “유럽처럼 분할 사용 유연하게”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2년 육아휴직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태어난 출생아 부모의 그해 육아휴직 사용률은 30.2%로 집계됐다. 2012년 15.2%에서 매년 꾸준히 상승해 처음 30%를 넘은 것이다. 해당 통계는 아이가 태어난 연도가 지난 뒤 육아휴직을 쓴 사람을 포함하지 않아 실제 육아휴직 사용률보다 과소 집계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사용률이 높다고 말하긴 어렵다. 특히 어머니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70.0%에 이르지만 아버지의 사용률은 6.8%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육아휴직 제도를 더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달 5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남성 육아휴직 사용 활성화 및 제도 유연성 확보’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선 일하는 부모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육아휴직을 나눠 쓸 수 있도록 한 사례가 많다.

네덜란드에선 26주 또는 주당 근로시간의 26배에 해당하는 시간을 육아휴직으로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당 38시간을 일하는 사람은 26주나 988시간을 육아휴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 번에 26주를 다 쉬어도 되고 1개월 단위로 6번까지 나눠서 써도 된다. 또 하루 업무시간을 3시간씩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988시간을 분할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이슬란드에선 부모 한 명당 6개월의 육아휴직을 부여하는데, 한 번에 2주 이상으로 여러 번 나눠서 쓸 수 있다. 폴란드에서도 41주의 육아휴직을 5번까지 나눠 쓸 수 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아이를 돌보는 경우 조부모에게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나라도 있다. 리투아니아는 2018년 조부모에 육아휴직 사용권을 부여했다. 단, 육아휴직을 쓰는 조부모가 직전 24개월 중 12개월 이상 사회보장세를 낸 근로자여야 한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18년 503명이 손주를 위해 육아휴직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헝가리도 2020년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의 경우 1년의 육아휴직을 세 번으로 나눠 쓸 수 있다. 보고서를 쓴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한국의 경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가 상대적으로 경직돼 있다”며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할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제도의 분할 사용 횟수 등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 육아휴직 대-중소기업 격차도
기존 육아휴직 제도조차 자유롭게 못 쓰는 문화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적으로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부모 모두에게 1년씩의 육아휴직이 보장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갑질119가 민주당 이수진 의원을 통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간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관련 법 위반 신고는 각각 394건, 1078건 접수됐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한 한 여성 근로자는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이의 상태가 악화돼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너 없으면 누가 일을 하나. 언제까지 휴직을 쓸 건가”라며 압박해 어쩔 수 없이 육아휴직을 3개월밖에 쓰지 못했다고 한다.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업무를 대신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상사와 동료 눈치가 보여 육아휴직을 못 쓰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육아휴직을 시작한 아버지의 70.1%는 300인 이상 기업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299명 규모 기업 소속 비율은 14.7%, 5∼49인 규모 기업 소속은 10.9% 등으로 회사 규모가 작아질수록 육아휴직 비율이 하락했다. 육아휴직을 쓴 어머니 역시 300인 이상 기업에 다니는 비율이 60.0%로 가장 많았다.

정성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모가 작은 기업에선 직원 한 사람의 공백이 너무 커서 남녀 불문하고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육아휴직과 더불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육아휴직#기업 인식 개선#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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