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과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저신용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열악해지면서 불법 사금융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점조직 형태로 철저히 음지에서 진행되는 범죄 수법 탓에 원활한 단속 및 처벌이 어려운 모습이다. 정부의 지원 제도 역시 피해 규모와 비교할 때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 받은 ‘연도별 대부업법 위반자 숫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월평균 109건이던 대부업법 위반 관련 사건 접수는 2022년 111건, 2023년 151건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올 들어서도 1월 한 달 동안 188건의 관련 사건 접수가 이뤄졌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불법 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불법 사금융을 ‘암적인 존재’라고 지칭하며 “법이 정한 추심 방법을 넘어선 대부 계약은 그 자체가 무효인 만큼 끝까지 추적해 처단하고 불법 이익을 남김없이 박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금감원과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으로 이뤄진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가동돼 온라인 대부 중개 플랫폼 점검을 통한 불법 사금융 척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범죄 수법이 날로 진화하면서 단속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법무부가 접수한 대부업법 위반 사건은 총 4651건. 이 중 18.6%(866건)는 ‘혐의 없음’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리됐고, 12.1%(561건)는 불구속 기소됐다. 구속 기소된 경우는 95건으로 전체의 2% 수준에 그쳤다.
안민석 법률사무소 강물 대표변호사는 “최근 불법 사금융 범죄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돼 조직원들끼리도 서로를 알지 못한다”며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으로 증거 수집까지 방해하기 때문에 범죄 혐의 입증이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효과가 제한적이다.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는 매년 1만 건이 넘는 신고·상담이 접수되지만,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 외에 지원 방안이 마땅치 않다.
불법 추심 피해 서민에게 변호사를 무료 지원하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 역시 효용성이 크지 않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26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피해자들의 과도한 이자를 반환받기 위한 소송은 70건에 불과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반사회적 불법 사금융 무효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불법 협박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많아 범죄 규모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규제만 강화되면 저신용자의 대출이 아예 막힐 수 있는 만큼 대안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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