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로 굴지의 회사를 일군 A 씨(71). 그는 노후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는 장남에게, 나머지 자산은 다른 자녀들에게 나눠준 뒤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증여가 끝나자마자 장남은 회사를 제멋대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넉넉한 유산을 물려받은 자녀들은 엄마(A 씨 배우자)가 아픈데도 병원비도 내주지 않고 외면하고 있어서다.
A 씨처럼 후회하지 않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방법은 없을까. 정재완 법무법인 시완 대표변호사는 1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자산승계학교 8회 차 수업에서 이에 대한 해법으로 “가족신탁을 이용하라”고 제안했다.
신탁은 특정 재산을 맡기는 사람(위탁자)과 해당 재산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사람(수탁자), 해당 재산의 신탁에 따른 이익을 누리는 사람(수익자)으로 이뤄진 법률관계다. 위탁자는 수탁자와 수익자를 정한다. 또 위탁자가 설계한 대로 수탁자는 상속이나 증여를 진행한다. 그만큼 상속이나 증여 과정에서 우려되는 분쟁 발생 확률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절세 효과도 크다. 이는 사전 증여와 신탁을 이용했을 때 세금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펜션(10억 원)과 아파트(20억 원) 주식 및 펀드(20억 원) 등을 보유한 남성 B 씨(69)가 아내에게는 펜션, 아들 2명에게는 아파트와 주식 등을 각각 사전 증여하면 증여세를 약 12억 원 내야 한다. 반면 두 아들에게 10년 단위로 각각 10억 원씩 넘겨주도록 설계한 증여신탁을 이용하면 증여세는 8억7300만 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정 대표변호사는 자산 승계 계획을 수립할 때 효과적으로 신탁을 활용하려면 “가족 구성, 자산 현황, 필요한 노후 자금 규모, 원하는 자산 운영 방식(자산 증식, 자산 승계, 재산 보호 등), 세금 규모 및 절세 전략 등을 단계별로 꼼꼼하게 분석해 신탁 방법을 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상황에 맞게 증여신탁이나 상속신탁, 후견신탁 등을 선택하라는 얘기다.
동아일보와 법무법인 시완이 주최하는 자산승계학교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기업을 청산하는 등 최근 잇따르는 자산 승계 부작용을 막고 올바른 자산 승계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다음 달 초 2기 자산승계학교 수강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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