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항공 굴기]
‘빅3’ 싱가포르 에어쇼서 선보여
美제재 등에도 1200대 계약 성과… “美보잉-佛에어버스와 경쟁 야망”
中, 대규모 내수 앞세워 도약 박차… “서방 견제가 경쟁력 키워” 분석도
20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서 개막한 ‘싱가포르 에어쇼 2024’의 화제는 단연 ‘C919’였다. C919는 중국 국영기업 중국상용항공기(COMAC·코맥)가 2008년 항공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로 자체 개발한 첫 중형 여객기다. C919가 국제무대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국에서 온 항공업계 및 군 관계자들이 C919를 둘러싸고 연신 사진과 영상을 찍어댔다.
중국이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자체 기술로 개발한 첫 중형 여객기를 국제무대에 선보이며 과학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코맥은 프랑스 파리 에어쇼, 영국 판버러 에어쇼와 함께 세계 3대 에어쇼로 꼽히는 싱가포르 에어쇼에 C919를 전시했다. 중국이 프랑스 에어버스와 미국 보잉이 장악하고 있는 국제 여객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C919는 보잉의 ‘B737’, 에어버스의 ‘A320네오’와 경쟁하는 모델이다. 좌석 규모는 약 150∼190석으로 기내 통로가 중앙에 하나 있다. 최대 5555km를 비행할 수 있다. C919는 2017년 첫 비행에 성공했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되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20년 미 정부는 엔진 기술 수출 불허 가능성을 시사했고 2021년 미 상무부는 코맥을 수출 규제 리스트에 올렸다. 코맥과 중국군의 연계가 의심되고 미국 기술이 군사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국의 절치부심으로 C919가 중국 둥팡항공 국내선에 투입되는 등 성과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C919 계약 물량은 1200대가 넘는다. 에어쇼 현장에서 만난 한 항공기 제작사 관계자는 “내부가 쾌적하고 다른 항공기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며 “몇 년 전만 해도 과연 C919가 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이제는 앞으로 몇 대를 더 인도할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CNN은 19일(현지 시간) “C919는 외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중국 ‘메이드 인 차이나’ 전략의 상징”이라며 “보잉, 에어버스와 경쟁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이번 에어쇼에서 보잉이 전시한 항공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보잉 부스에는 2025년쯤 첫 상업 운행 예정인 ‘B777X’ 항공기의 실내 모크업(모형)만 전시돼 있었다. 보잉은 싱가포르 에어쇼의 단골손님이었지만 올해는 실제 여객기를 전시하지 않았다. 올해 초 보잉의 ‘B737-9 MAX(맥스)’ 항공기 문이 비행 도중 뜯겨 나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각종 품질 논란에 휘말리자 에어쇼 참여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장에서 만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열린 두바이 에어쇼에서 보잉이 항공기 240여 대를 팔았는데, 불과 석 달 뒤 열린 에어쇼에 나오지 않은 건 이례적”이라며 “보잉이 주춤한 틈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오려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현재 C919의 한계는 뚜렷하다. 아직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운항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국과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비행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미국과 유럽이 ‘운항 승인’을 무기로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중국이 핵심 부품을 여전히 미국과 유럽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기술 개발이 가장 어려운 항공 장비로 꼽히는 엔진은 미국과 프랑스 합작사인 CFM인터내셔널의 ‘리프(LEAP)’를 쓴다.
하지만 중국은 내수 시장만으로도 C919를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비행 기록이 축적되면 언젠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운항 인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동체와 날개, 전장, 소재 등 C919 부품 국산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개발 초기 수십 개에 불과했던 C919 관련 자국 업체 수는 200여 개로 늘어났다. 선진국들의 견제가 커지면서 오히려 자국 내 생태계가 보다 빨리 만들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 컨설팅 회사 IBA의 마이크 요먼스 가치평가부문 디렉터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C919는 특히 자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보할 강력한 기회를 갖고 있다”며 “국제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올라가며 항공뿐 아니라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자립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만큼 한국은 고부가가치 기술과 제품을 집중 개발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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