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율 5% 미만인 ‘영풍’… 고려아연에는 주주권익 내세워 96% 요구

  • 동아경제
  • 입력 2024년 2월 23일 18시 10분


고려아연, 2023년 주주환원율 76.3%… “이미 높은 수준”
“배당 줄었지만 주주환원율 전년 비 20% 이상 증가”
배당금 2022년 2만→2023년 1만5000원
영풍, 주주권익 내세워 반대 입장 발표
주주권익 강조한 영풍, 2022년 주주환원율 4.68%

고려아연은 2023년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율이 76.3%로 전년(50.9%) 대비 대폭 늘어난 수준이라고 23일 밝혔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 측이 배당금 규모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데 대한 반박 입장이다.

앞서 고려아연 이사회는 지난해 중간배당 1만 원과 기말배당 5000원에 더해 1000억 원 규모 자사주 소각 등을 골자로 하는 주주환원 계획을 정기주주총회 의안으로 상정했다. 배당금만 보면 주당 총 1만5000원으로 전년(2만 원)에 비해 5000원 적은 수준이다.

이에 영풍은 지난 21일 이전보다 줄어든 배당금에 대한 반대 입장 발표했다. 기말 배당금을 중간 배당금보다 줄이면 주주 실망이 크고 주주들이 회사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게 돼 주가가 하락할 위험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당금을 전년보다 줄이는 것은 주주권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주주환원율은 훨씬 높아진 상황이고 환원액만 보더라도 2022년 3979억 원에서 2023년 4027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영풍 주장대로 배당금을 높이면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하는데 기업이 모든 이익금을 투자나 기업 환경 개선에 할애하지 않고 주주환원에만 쓰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주주권익을 명분으로 내세워 고려아연에는 96% 수준 주주환원율을 요구하는 영풍의 주주환원 수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이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매년 약 172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특히 가장 최근인 2022년 주주환원율은 4.6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환원율이 5%도 안 되는 영풍이 고려아연에게는 주주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96%의 주주환원율을 요구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요 주주인 영풍은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대규모 배당금을 지급받아 왔다”며 “영풍이 주주권익을 앞세워 배당 규모에 반대하는 것은 배당금이 줄면 회사 수익이 감소해 실적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영풍의 경영실적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배당금 지급이 모두 마무리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영풍의 실적추이를 살펴보면 영업이익은 매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2018년 300억 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728억 원, 2022년 1078억 원 등 시간이 지날수록 적자 폭을 키웠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영업이익을 모두 합치면 영업손실이 총 1371억 원에 이른다.

반면 영풍이 고려아연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은 2018년 507억 원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총 3576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본업 경영실적은 적자를 기록했지만 수령한 배당금만으로 영풍의 당기순이익은 2205억 원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영풍이 고려아연에는 높은 배당금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체 주주환원이 저조한 이유가 영풍 본업의 부진한 경영실적에 있다고 봤다.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에 주주환원을 확대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는 취지다.

고려아연 측은 “고려아연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이미 높은 수준의 주주환원정책을 이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과도한 배당을 요구하는 것이 주주권익과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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