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준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사장
2007년부터 파리패션위크 참여
자신의 ‘준지’ 컬렉션 세계에 선봬
“일상 모든 것이 패션 영감의 원천… SNS 의존 말고 ‘발 마케팅’ 필요”
“처음 파리 패션위크에 참여했던 2007년보다 한국 패션 브랜드 참가도 많아졌고, 인식도 많이 좋아졌어요. 과감한 디자인과 좋은 퀄리티라는 장점이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작업실에서 만난 정욱준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사장은 지난달 방문한 파리패션위크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2007년부터 매년 파리패션위크에 자신의 브랜드 ‘준지’ 컬렉션을 선보인 정 부사장은 한국 패션 세계화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듄: 파트2’ 홍보를 위해 방한한 티모테 샬라메와 젠데이아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입고 나온 게 준지 의상이었다. 정 부사장은 “세계적 배우 둘이 커플룩으로 입었다는 것 자체가 디자이너로선 너무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 한국 패션 “퀄리티 좋아 해외서 주목”
정 부사장은 자신의 브랜드 준지뿐 아니라 K패션의 미래가 밝다고 봤다. 그는 “다른 나라의 경우 좋지 않은 옷감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은 그런 경우가 별로 없다”며 “옷을 판매하려고 바이어를 만나다 보면 ‘한국산 옷들의 퀄리티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 진취적인 디자인 역시 강점으로 꼽았다. 정 부사장은 “준지만 해도 과거 오버사이즈 룩을 개척하며 과감한 디자인을 세계 무대에 선보였다”며 “튼튼한 소재에 과감한 도전정신이 더해져 지금의 글로벌 K패션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한국 패션이 주목받고 있지만, 신진 디자이너들에 대한 쓴소리 역시 아끼지 않았다. 그는 “최근 디자이너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기만 기대하다 보면 디자이너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잃고, 단기적으로 돈이 되는 패션 아이템에만 집중하기 쉽다는 우려다. 정 부사장은 “자신의 컬렉션을 해외 현지에서 직접 세일즈하는 등 발로 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일상 모든 것들이 영감의 원천”
정 부사장은 자신이 영감을 얻는 과정을 ‘더듬이’로 표현한다. 일상의 모든 과정에서 영감의 원천을 모으고, 모아둔 내면의 데이터에서 어느 순간 영감이 떠오른다는 것. 정 부사장은 “출장을 가도 옷을 보는 대신 책을 읽거나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한다”며 “예를 들어 빈티지 옷을 입는 노부부의 ‘일부러 멋 내지 않는’ 착장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가족 역시 브랜드 준지를 있게 한 원천 중 하나다. 정 부사장은 아동복 사업을 하던 부모님 덕에 어린 시절부터 옷을 접하고 재봉틀을 만져볼 기회가 많았다. 부모님에게 직접 아동복 디자인에 대한 조언을 주기도 했다.
당시 남성은 드물었던 디자이너로의 꿈을 정했을 때도 부모님은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며 응원해 줬다고 한다. 정 부사장은 “부모님께서 ‘네가 고른 옷들이 제일 잘 팔리더라’며 칭찬해 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 60대 꿈은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정 부사장은 어린 시절부터 10년 단위로 꿈을 정했다. 30대에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40대 때 파리 컬렉션에 진출한 데 이어 50대의 그는 글로벌 디자이너로서의 성장까지 모두 이뤄냈다. 그런 그가 세운 60대의 목표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였다. 집 안에서 정원을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꼽은 정 부사장은 “다양한 아이템이 많다는 점에서 패션과 관련 비즈니스의 끝은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준지에 대해서도 그는 “(해외 시장에) 어느 정도 안착을 했고 인지도도 많이 올라갔으니 더욱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평생 패션만 생각해온 그에게 한 컬렉션의 마무리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컬렉션이 끝난 뒤 곧바로 다음 컬렉션을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또 다른 시작이라는 얘기다.
정욱준(준지) 부사장 이력
△ 1967년생 △ 1999년 론커스텀 설립 △ 2011년 제일모직 JUUN.J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상무) △ 2013년 파리의상조합 정회원 △ 2023년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사장 자료: 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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