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국내 언론 최초 탑승
전자식 조종으로 업무 30% 줄여
낙하때 바람 막는 특수 칸막이도
적재량 커 블랙호크 헬기도 수송… 화물 14t 싣고 5820km 운항 가능
“‘C-390’의 임무 완수율은 99.7%입니다.”
20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서 열린 ‘싱가포르 에어쇼 2024’ 현장. 주앙 보스쿠 엠브라에르 방산부문 대표는 “C-390은 물자 공수, 구조 및 탈출, 군사 작전 투입 등 다양한 임무를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며 이같이 말했다. 본보는 지난해 12월 한국 공군의 차세대 대형 수송기로 미국 록히드마틴 ‘C-130J’를 제치고 선정된 브라질 엠브라에르 C-390에 국내 언론 최초로 탑승했다. C-390은 2026년까지 총 3대가 전력화될 예정으로 총사업비가 7100억 원에 이른다. 1969년에 설립된 엠브라에르는 현재까지 8000여 대의 민항 및 군용기를 생산했다.
군 수송기는 군인과 군수물자를 싣는 것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4월엔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현지 교민 28명을 탈출시키는 ‘프로미스(약속)’ 작전에 투입됐다. 2021년 미국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을 싣고 오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실전 전투는 물론이고 긴급 상황에 투입되는 만큼 군 수송기는 더 많은 중량을 싣고 더 빨리, 더 멀리 비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C-390은 한국 공군이 주로 운용하는 C-130J보다 동체 길이가 5m가량 길다. 이에 최대 적재량이 26t으로 C-130J보다 6t 정도 많다. 미국의 블랙호크 헬기를 나르는 작전이 가능할 정도다. C-390은 완전 무장을 한 공수 병력 80명을 태울 수 있다. C-130J(64명)보다 많다. C-390은 화물 14t을 실을 경우 약 5820km를 갈 수 있다. C-130J는 약 3300km를 간다. 순항 속도도 시속 870km로 C-130J(시속 644km)보다 빠르다.
C-390 내부에 들어가 보니 민간인을 태워야 할 상황을 대비해 좌석에는 산소마스크가 달려 있었다. 좌석은 100석 이상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넓었다. 들것 등 구급용 장비를 좌석에 탈부착할 수 있어 다양한 임무에 맞는 좌석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
낙하 임무를 위한 ‘낙하 도어’도 인상적이었다. C-390 낙하 도어에는 강한 바람을 막아주는 특수 칸막이를 달았다. 수송기가 날고 있는 상황에서 낙하를 할 때 바람이 방해하는 걸 막아주는 장치다. 또 C-390은 사람이 머리를 내밀 수 있도록 특수 형태의 문을 만들었다. 운항 중 필요하면 문을 떼어내고 임무에 맞는 문으로 갈아 끼울 수 있다.
압권은 조종석이었다. 조종석은 ‘플라이 바이 와이어’라 불리는 전자식 조종 시스템을 갖췄다. 브라질 공군에서 C-390을 직접 몰고 있는 한 파일럿은 “항공기가 스스로 운항을 최적화하다 보니 조종사의 업무가 30%가량 줄었다. 집중도가 올라가고 피로도도 낮아졌다”며 “C-130을 타본 브라질 파일럿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모두 반영해 만든 항공기가 C-390”이라고 말했다.
C-390은 외관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우선 보통 날개 아랫부분에 달려 있는 제트엔진이 날개 앞쪽으로 튀어나와 있다. 보스쿠 대표는 “비포장도로 등에 착륙하면 바위나 돌이 튀어 엔진을 손상시킬 수 있어서 엔진을 앞쪽으로 높게 달았다”며 “메인 랜딩 기어(바퀴)를 둘러싸는 장치를 달아서 돌 등이 엔진을 파손시키는 일이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특히 메인 랜딩 기어가 독특했다. 보통의 항공기들은 비행 시에 바퀴가 동체 안쪽으로 접혀 들어간다. 그런데 C-390은 ‘보기(bogie) 디자인’을 적용했다. 랜딩 기어가 동체 밖에서 접히도록 한 것이다. 동체 안쪽 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디자인 면에서는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해 운항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외부에는 곳곳에 센서가 달려 있었다. 이는 항공기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장치다. 적기의 위치를 감지하고 미사일 공격을 감시한다.
C-390은 2019년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약 40대 주문을 받았고 브라질(6대)과 포르투갈 공군(1대)이 실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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