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에서 지점장까지 지냈던 황성구 씨65)는 2019년 서울 동작구에 햄버거집을 차렸다. 그는 “사무직으로 일했던 직장인은 퇴직 후 기술이 없어 마땅히 할 게 없다”며 “육체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은행원으로 일할 때보다 벌이가 좋아져 만족스럽다”며 웃었다.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가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환갑이 넘은 이들의 비중도 36%로 사상 최대였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생계를 잇기 위해 은퇴 후 자영업에 뛰어들거나 은퇴하지 않고 계속 일하는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전년보다 7만4000명 늘어난 207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규모로, 고령층 자영업자가 2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2018년과 비교하면 29.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60세가 넘은 이들의 비중도 36.4%로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5년 새 8%포인트 뛰었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60세 이상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17.7%)의 2배가 넘는다. 자영업자 중 두 번째로 많은 연령대는 50대(27.3%)였고, 40대(20.5%)와 30대(12.4%)가 뒤를 이었다.
특히 직원이 없는 ‘나홀로 사장님’ 5명 중 2명 이상은 환갑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중 60세가 넘은 이들의 비중은 41.2%였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가운데 60세 이상은 22.2%였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무인카페를 운영 중인 A 씨(69)는 “재료구비 등 하루에 30, 40분 정도만 일을 하면 돼 부업으로 할만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자영업자 수는 568만9000명으로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노후는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의 부양과 기초연금 등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자영업 운영이 녹록치 않은 만큼 50대부터 구직 훈련을 지원하는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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