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5년부터 공개 의무화
관련 포럼 “ISO 인텐스 도입 필요”
어떤 성분이 나쁜지, 뭘 공개할지
제도 시행하기 전 미리 결정해야
내년 11월부터 국내에서 담배 유해성 관리 제도가 시행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담배에 들어 있는 유해성분이 흡연자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에게도 공개된다. 한국이 세계보건기구(WHO) 담배 규제 기본협약을 비준한 지 약 20년 만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2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식의약 안전 열린포럼’을 열고 내년도 담배 유해성분 공개를 위한 사전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날 참여한 전문가들은 내년에 담배 유해성분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에 앞서 우선 한국의 담배 유해성분 분석 방법을 선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나선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는 “가장 고도화된 국제 인증 시험 방식인 ‘ISO 인텐스’ 방식을 일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방식을 사용해야 이른바 ‘저타르 담배’ 등의 유해성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 유해성분 측정법은 한국에서 시행하는 ‘ISO3308’ 방식과 최 교수가 새로 도입하자고 제안한 ISO 인텐스 방식 등이 있다. ISO3308 방식은 측정을 위한 자동 흡연 장치가 담배 연기를 빨아들일 때 담배 필터의 천공을 막지 않는다. 이 때문에 외부 공기가 담배 연기에 섞이면서 유해성분의 양이 과소 측정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면 ISO 인텐스 방식은 필터 천공을 막은 채 담배 연기를 분석하는 만큼 좀 더 정확한 유해성분 측정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현재 담배회사들이 말하는 ‘순한 담배’라는 것은 유해성분이 적은 것이 아니라 필터에 구멍을 더 많이 뚫은 것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는 국제 기준에 맞춰 담배 성분을 검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ISO 인텐스 방식을 도입할 수 있을지 검증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담배 유해성을 타르 위주로 평가하는 관행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 교수는 “담배 유해성을 타르와 니코틴 위주로 평가하고 있다”며 “담배 유해성과 관련해서 타르 함량을 측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WHO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타르는 담배에서 니코틴과 수증기를 제외한 나머지 전체 잔여물에 해당된다. 타르로 분류된 물질 가운데 유해성분이 있을 수 있지만, 단순히 타르 함량이 높다고 해서 더 유해한 담배는 아니라는 주장이 그동안 제기돼 왔다. 실제 궐련형 전자담배는 타르로 분류된 물질 가운데 상당 부분이 글리세린으로 구성돼 있다. 글리세린은 의약품 등에 사용하는 습윤제로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에 포함된 수많은 성분 중 어떤 것이 해로우며, 이를 어디까지 공개할지도 제도 시행 전에 미리 결정해야 하는 문제로 꼽힌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권경희 동국대 약대 교수는 “현재 담배 유해성분을 공개하는 국가는 독일과 이탈리아, 호주 정도”라며 “독일은 55개, 이탈리아는 13개의 담배 성분과 함량을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영국 등의 국가는 대중의 오인을 막기 위해 담배에 들어 있는 성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내년에 담배 종류에 따라 유해성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종합 플랫폼(웹사이트)을 만들 예정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그동안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사실은 잘 알면서도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며 “앞으로 담배의 유해성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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