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타고 7개월만에 가격 4배↑
기기에 홍채 인증하면 年76개 받아
“홍채 팔아 돈 벌자” 대기자 몰려
가치 과대 평가-개인정보 침해 우려
“안녕하세요, 홍채 등록하러 오셨어요?”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 직원은 커피 주문을 받는 대신에 이렇게 물었다. 직원은 최근 오픈AI 창업자인 샘 올트먼이 개발한 월드코인(WLD)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카페 손님보다 WLD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이곳에 비치된 홍채 인식 기기 ‘오브(Orb)’를 통해 본인의 홍채로 살아있는 인간임을 증명하면 가상자산 지갑(월드앱)에 바로 10WLD가 지급된다. 현재 시가로 10만 원이 넘는다. 이후 2주마다 3WLD를 지급받아 1년간 총 76WLD를 받게 된다. 홍채 인식만으로 80만 원 상당의 코인을 공짜로 받는 셈이다.
생체 인증 정보를 넘기는 대가인 데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크게 거부감이 없는 분위기다. 이날 홍채 인식을 하러 온 유모 씨(43)는 “내 홍채를 팔아 돈을 번다는 게 맞는 말”이라며 “아직까지 홍채를 이용한 기술이 없어서 그런지 불안감보다 기대감이 더 크다”고 했다. 월드코인은 현재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해 36개국 2000곳에 오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는 10개의 오브가 설치돼 있다.
월드코인은 최근 AI 투자 붐에 힘입어 가격이 급등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월드코인은 개당 8.03달러(약 1만69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 처음 출시 이후 가격이 2달러 안팎에서 횡보했지만 오픈AI가 동영상 생성형 AI인 ‘소라(Sora)’를 출시한 15일 이후 가격이 2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월드코인의 실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가치가 과대 평가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트먼은 AI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나 취약계층의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월드코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본소득에 활용되는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불확실한 탓에 사기성 코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인간에게만 월드코인을 지급하기 위해 홍채 인식을 요구하고 있지만 생체 인증 정보를 넘겨줘야 하는 탓에 개인정보 유출 피해 우려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학과 교수는 “생체정보 수집 및 해외 반출에 대한 위법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선 홍채 인식을 통해 WLD를 받을 수 없고, 거래도 불가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 법규상 가상자산 유통에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도 “당국에서 모범 규정을 만들고 있는데, 이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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