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상장 작년의 두배
국내 최초의 ‘워런 버핏 ETF’… 버크셔해서웨이 대표 종목 추종
비만치료제-엔터주-반도체 등 다양한 테마 상품 줄줄이 출시
■ 고객확보 경쟁 치열
8개월 만에 ETF로 30조 원 유입… 상품 차별화해 고객 눈높이 맞춰
“변동성 높아 투자에 유의해야”
올해 연초부터 이색적인 상장지수펀드(ETF)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최근 유망 투자처로 떠오른 비만치료제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ETF를 비롯해 ‘투자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투자 자산을 추종하는 ETF까지 모두 국내 ‘최초’ 타이틀을 달고 출시됐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테마형 ETF에 운용사들의 차별화된 전략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더욱 다양해졌다.
올 들어 23개 ETF 상장… 지난해 2배로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BSTAR 버크셔포트폴리오TOP10’ ‘UNICORN 포스트IPO액티브’ 등 총 6개의 ETF가 상장됐다. 올해 들어 상장된 ETF만 총 23개로 1주일당 3개꼴로 새로운 상품이 출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12개 ETF가 신규 상장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1∼2월은 ETF 시장의 ‘비수기’로 평가되지만 자산운용사 간 신규 상품 출시 경쟁이 붙으면서 역대급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신상 ETF가 대거 출시된 가운데 ‘최초’의 수식어가 붙은 이색 ETF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KB자산운용이 내놓은 ‘KBSTAR 버크셔포트폴리오TOP10’은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와 이 회사가 투자한 대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국내에서 버핏의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ETF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상품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을 최대 27.5% 담고 나머지 72.5%는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하는 주식 포트폴리오 상위 10개 종목에 투자한다. 김찬영 KB자산운용 ETF 사업본부장은 “ETF 상품 하나로 버핏의 투자 철학을 따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장기 투자 포트폴리오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신규 기업공개(IPO)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ETF도 최초로 출시됐다. 현대자산운용이 내놓은 ‘UNICORN 포스트 IPO 액티브’는 신규 상장주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골라 투자해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 상장 이후 15영업일 이후 180영업일 이전에 풀리는 기관 등의 보호예수 물량을 노리는 전략이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도 이색적인 소재를 발굴하면서 주목받았다. 국내 첫 비만 치료 테마 상품으로 글로벌 비만 치료제 선두 기업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등 비만치료제 관련 기업 10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국내 4대 연예기획사인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ACE KPOP포커스’도 화제를 모았다. 이외에 NH-아문디자산운용의 국내 최초 금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신한자산운용의 반도체 전·후공정을 나눈 ‘SOL 반도체전공정’ ‘SOL 반도체후공정’ 등도 눈길을 끌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국내 최초 양도성예금증서(CD) 1년물 금리 투자 상품인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는 은행 정기예금의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차별화된 운용 전략으로 고객 확보 경쟁
ETF 시장이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자산운용사들은 차별화를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131조8361억 원이다. 지난해 6월 100조 원을 넘긴 지 8개월 만에 30조 원 이상 불었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순자산총액이 10조 원 이상 늘었다. ETF 시장 규모가 2030년 30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면서 고객들의 투자 다양성과 편의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비만치료제 ETF 등과 같이 해외 주식 직구를 어려워하던 개인투자자들이 ETF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주식을 선별해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 전·후공정 ETF처럼 고객들이 산업 사이클별로 나눠서 투자를 할 수 있게 상품을 세분화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들어 상장된 ETF들이 소수 종목의 비중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와 KB자산운용의 ‘KBSTAR 글로벌비만산업TOP2+’는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에 대한 투자 비중이 각각 전체 52.02%, 56%에 달한다. ‘ACE KPOP포커스’도 국내 4대 기획사에 대한 투자 비중이 90%를 넘는다. 변동성을 높여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수익률에 대한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한 투자만을 추가하기엔 한계가 있다”라며 “고객들의 투자 수준이 높아지면서 세분화된 투자 상품을 찾는 경향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색 ETF가 시장에서 눈길을 끌고 있지만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부분도 있다. 이색 ETF 대부분 테마형 ETF 상품으로 단기에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테마형 ETF 대부분 한 차례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았던 종목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고점 투자 논란도 나오고 있다. 또 소수 종목 비중을 높인 ETF에 대해서 투자 안전성이 높다는 ETF의 장점이 다소 희석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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