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경영
인공지능 활용 늘리고
LG, ‘엑사원’ 등에 3조6000억 투자… 롯데, 자체 AI플랫폼 전사에 도입
친환경 산업 키우고
코오롱, 풍력발전 시공-운영 참여… GS, 탄소포집 활용기술 등 지원
모빌리티 기술 확보
현대차-기아, R&D에 집중 투자 …한화, 위성 간 통신기술 등 연구
“연구개발(R&D) 통한 신사업 발굴이 요즘 각 회사의 최대 과제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이 말하는 재계 분위기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신사업 발굴에 대한 목마름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 국가들이 주로 가격경쟁력으로만 승부했지만 이제는 기술력까지 갖춰 한국 기업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 시장에서는 정부 보조금을 활용해 무역장벽을 쌓는 ‘자국 우선주의’가 득세해 한국 기업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양쪽에서 어려운 국면을 맞은 한국 기업들은 결국 R&D 경영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사업을 창출해내야 엄혹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기업들은 특히 인공지능(AI),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R&D 경영에 몰두하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기업 R&D AI에 집중
AI는 요즘 연구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다. 미국 오픈AI에서 2022년 11월 생성형 AI인 챗GPT를 내놓아 화제를 모든 뒤 AI 활용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정보기술(IT) 업체뿐 아니라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산업 분야에서 AI 적용에 고민하고 있다.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은 AI와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을 융합해 적용한 운송 플랫폼 ‘더 운반’을 개발해 30조 원 규모로 알려진 국내 ‘미들마일(기업과 기업 간 화물운송)’ 시장을 노리고 있다. ‘더 운반’은 AI로 운행 구간·거리, 차량 크기 등의 정보를 실시간 분석해 가장 적합한 차주를 찾아 화주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다.
LG그룹은 AI 분야에서 이종 산업과 협업을 늘리고 초거대 AI ‘엑사원’ 등 AI 관련 R&D에 2022년부터 5년간 3조6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롯데그룹도 롯데정보통신이 만든 AI 플랫폼인 ‘아이멤버’를 롯데그룹 전 계열사에 도입해 AI가 제공하는 문서 번역이나 대화형 서비스를 직원들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AI 도입을 고려하는 기업이 비용 부담 없이 ‘하이퍼클로바X’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생성형 AI 도입 프로모션’ 신청을 3월 말까지 받고 있다.
친환경 산업과 관련한 기술 확보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이 기업들에 탄소배출량 감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의 대체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5번째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가스터빈 개발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수소가스터빈은 천연가스 대신 수소를 사용해 기존 복합화력발전소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친환경 산업 기술 확보 경쟁도 치열
애경케미칼은 국내 최초로 식물성 오일을 사용한 친환경 비료 코팅용 수지 개발에 성공해 안정성과 환경친화성을 강화했다. 코오롱은 풍력단지 시공은 물론이고 발전 운영에 직접 참여해 2030년까지 배당 이익 413억 원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솔류션 큐셀 부문(한화큐셀)에선 총 3조4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달튼 지역에 태양광 모듈 공장을 대규모 증설한다. 또한 GS그룹은 2020년 설립된 계열사 GS퓨처스를 통해 젤토(합성단백질 제조 기술), 에어룸(탄소포집 활용 기술) 등에 약 1억2000만 달러(약 1600억 원)에 이르는 투자에 나섰다.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놓고도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자율주행 등의 미래 모빌리티 기술과 관련해 2032년까지 10년간 R&D 분야에 47조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아는 2023∼2027년 5년간 투자하는 32조 원 중 45%를 미래 사업에 할당한다.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 쎄트렉아이가 참여한 우주 사업 컨트롤타워 ‘스페이스 허브’를 만든 한화그룹은 KAIST와 공동으로 우주연구센터에 100억 원을 투자해 ‘위성 간 통신기술(ISL)’ 등을 연구한다. 미국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이차전지 공장을 짓고 있는 SK온은 2030년까지 70킬로와트시(㎾h)급 승용차 70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500GWh(기가와트시) 규모로 회사 전체 생산량을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지녔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의 한국 산업을 이끌었던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에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기술력 우위를 지켜내지 못하거나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바로 밀려난다는 위기감에 ‘R&D 경영’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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