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팹리스 유니콘’ 예약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
“엔비디아 독식 깨야 AI주권 확보
팹리스 경쟁력, 스타트업이 앞서”
“인공지능(AI) 주권 확보를 위해서는 반도체 설계 역량, 즉 팹리스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국내 AI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는 27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4’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와 만나 치열한 AI 반도체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핵심 요소로 ‘팹리스’를 꼽았다.
리벨리온은 국내 반도체 팹리스 중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리벨리온은 지난달 제품 역량을 인정받아 투자금 1650억 원을 유치하며 누적 투자금이 2800억 원에 이르게 됐다. 창업 3년 만에 기업가치가 8800억 원으로 치솟으며 국내 1호 팹리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 도달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박 대표는 “시스템 반도체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고 이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고 설계할 수 있는 역량 유무가 반도체 강국으로 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는 엔비디아가 바로 팹리스 회사다. 삼성전자는 팹리스 회사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제작하는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능력은 뛰어나지만 팹리스의 세계 점유율은 1%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표는 “엔비디아와 퀄컴이 대표적 글로벌 팹리스 기업인데 이들의 실적은 파운드리 업체들을 훨씬 뛰어넘는다”면서 “특히 AI의 고도화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독식을 방관하면 결국 주도권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전체 시장의 80%를 장악한 엔비디아가 독식하고 있다. 여기에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까지 자체 칩 만들기에 가세하며 반도체 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이 혼돈의 시대지만 반도체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 데다 빅테크들이 합종연횡을 하면서 엔비디아 독점 판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도전자인 우리 입장에서 매우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내 기업이 노력하는 만큼 정부 지원도 적절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 메모리 사업은 국회와 정부가 리더십을 가지고 추진한 결과 현재 달러를 벌어들이는 우리나라 핵심 산업이 됐다”면서 “당시 매우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 팹리스는 대기업이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AI가 너무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대기업보다는 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대기업, 스타트업이 각각 잘하는 영역을 맞춤형으로 지원해 주길 바란다”면서 “반도체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는 한국이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형을 흔드는 가장 위협적인 곳이 될 수 있다”고 장담했다.
박 대표는 ‘한국의 엔비디아’라는 호칭에 대해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며 “그렇지만 곧 한국의 엔비디아가 아닌 엔비디아와 대등하게 경쟁하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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