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서 상정조차 되지 못하며 불발
"형사처벌에 따른 폐업공포에 빠져…가혹"
헌법소원 심판 청구 통해 위헌소지 따진다
지난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유예안의 국회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극적 통과를 기대한 중소기업계는 “폐업 공포에 빠졌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향후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통해 중처법의 위헌소지 여부를 따진다는 계획이다.
29일 국회 등에 따르면 중처법 유예안은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상정되지 못했다. 이달 초부터 전국적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며 중처법 유예안 처리를 촉구해온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및 건설업계 협·단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 1일에 이어 오늘 법안처리가 재차 무산되면서 결국 83만이 넘는 이들 중소기업인과 중소건설인 및 소상공인은 형사처벌에 따른 폐업공포에 빠졌다”며 “최소한 준비할 시간만이라도 달라는 요구를 무시한 것은 너무나 가혹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앞서 중소건설단체와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등 14개 단체는 경기도 수원, 광주광역시 등에서 중처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현장에는 각각 4000여명, 5000여명의 중소기업인들이 모였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한 목소리로 “법을 잘 준수하기 위해 2년간 시간을 부여해 달라는 것”이라며 “무리한 법 적용은 경제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의 요구에도 국회에서는 그간 중처법 유예안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안들이 산적해 중처법 유예안이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소기업계는 중처법 유예안 불발에 따라 위헌소지 여부를 따지기 위한 헌법 소원 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다. 헌법소원은 공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거나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기각된 경우에 청구할 수 있다. 법률의 시행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중처법이 지난달 27일부터 확대 시행됐으므로, 헌법소원은 4월27일 이내에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기한이 있다보니 4월 초쯤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라며 “결의대회 때 참여하겠다는 중소기업들의 의지도 다수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총선이 끝난 뒤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약 한 달간, 임시국회를 열어 관련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업계는 이 시기에 민생 법안들과 함께 중처법 유예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중소기업인들의 절규와 민생을 외면하지 말고, 남은 임기동안 중대재해처벌 유예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21대 국회는 정치가 경제를 밀어주고,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는 국회의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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