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맞벌이 부부 225쌍 조사
남편이 현대적 성 역할 가치관 가져야
부인의 상대적 소득 수준 높아져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여성 경제학자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결혼한 남성들은 커리어를 쌓으면서 동시에 급여가 높은 일자리를 택할 수 있지만 기혼 여성들은 육아와 가정을 위해 커리어를 포기하거나 급여는 적지만 시간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여성의 소득 수준은 남편보다 적을 수밖에 없을까?
미국 신시내티대, 마이애미대, 캔자스주립대 공동 연구진에 따르면 일과 가정에 대한 남편의 가치관이 부부의 상대적 소득 수준의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맞벌이 부부인 남편과 부인이 각각 ‘남성은 일, 여성은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과 ‘성별에 따른 역할 차이는 없다’는 현대적 가치관 중 어떤 것을 따르는지에 따라 두 사람의 상대적 소득 수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했다.
미국과 영국의 맞벌이 부부 225쌍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 통계 분석한 결과, 부부 모두 전통적 가치관을 가진 경우 남편의 소득 수준이 높았다. 부부 모두 현대적 가치관을 가졌다면 부인과 남편의 소득 수준이 비슷했고 부인의 소득이 많은 경우도 있었다. 남편은 현대적 가치관을 가진 반면 부인은 전통적 가치관을 가진 경우 가정을 돌보려는 부인 스스로의 선택으로 남편의 소득 수준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부인은 현대적 가치관, 남편은 전통적 가치관을 따른다면 어떨까. 연구진은 부부의 소득이 비슷하거나 부인이 높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분석해 보니 남편의 소득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가설이 기각됐다.
이 연구는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성보다 남성의 역할과 가치관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성이 전통적인 성 역할을 따르는 가치관을 벗어던지거나 혹은 더 적극적으로 커리어를 쌓도록 노력하는 게 핵심이 아니다. 남성이 성 역할에 대한 보수적인 사고방식이나 고정관념을 바꿔야만 부부간 소득 불평등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맞벌이 가구 비중은 46.1%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연령대별로는 40대와 50대 부부 중 55.2%가 맞벌이를 하고 있으며 30대 부부도 54.2%로 조사됐다. 맞벌이를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정의 총수입을 늘리려는 것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부 두 사람 모두 전통적인 성 역할 규범에 얽매여 있지 않아야 맞벌이의 목적대로 가구 총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과거에는 맞벌이 부부가 적었고 전업주부인 부인이 아이들을 돌보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시대는 변했다. 맞벌이 부부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고 여성 직장인들의 평등에 대한 연구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다. 남성들 또한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일과 가정에 대한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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