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충돌… 한화 “기밀취득에 임원 개입” 現重 “사실 관계 왜곡”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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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원 사업두고 ‘양강’ 벼랑끝 대치
HD현대중 입찰 길 열리자… 한화오션 고발장 내고 회견
“방사청 판단, 사법적 검토 필요”
현대重 “고발 근거, 짜깁기된 기록”

수상함 건조 분야 ‘양강’으로 꼽히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올해부터 입찰이 시작되는 한국형 차기 군함 건조사업(KDDX) 수주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KDDX는 2030년까지 7조8000억 원을 들여 6000t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다. 척당 선가(船價)가 1조 원이 넘는다. 특수선 사업의 위상과 존폐까지 걸려 있는 사업인 만큼 ‘벼랑 끝 대치’ 국면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한화오션은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HD현대중공업의 기밀 유출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 배경을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유죄 판결을 받은 KDDX 개념설계 보고서 탈취 사건에 ‘임원도 개입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화오션 측은 이날 직접 입수한 관련 판결문과 수사 기록 등을 증거 자료로 공개했다.

한화오션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달 방위사업청 계약심의위원회가 HD현대중공업에 일종의 ‘면죄부’를 준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방사청은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다”며 HD현대중공업의 KDDX 입찰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방사청은 임원 개입 여부에 대한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제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며 “이에 형사 고발로 당시 임원 개입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임원 개입 관련) 증거들은 관련 판결문과 형사사건기록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탐지, 수집, 누설 범행의 방법은 임원 등 경영진의 개입 없이는 계획과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HD현대중공업은 입장문을 통해 “한화오션이 내세운 근거는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며 맞섰다. 임원 개입 여부 등 한화오션이 제기한 사안은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는 얘기다. HD현대중공업은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양사의 갈등은 2018년 국군방첩사령부(옛 국군기무사령부) 보안감사에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한화오션이 만든 KDDX 개념설계도를 불법 보관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8명은 2022년, 나머지 1명은 지난해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건으로 2022년부터 군함 입찰 참여 시 감점 1.8점을 받게 된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차세대 호위함(FFX-Batch III, 5·6번함) 입찰에서 종합점수 0.1422점 차이로 한화오션에 밀리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KDDX 기본설계를 수주한 만큼 기존 관례대로라면 하반기(7∼12월) 발주가 예상되는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계약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HD현대중공업)가 통상 수의 계약 형태로 가져가던 선도함 건조 계약을 경쟁 입찰 방식으로 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이미 감점까지 받은 HD현대중공업으로선 선도함마저 놓치면 특수선 사업 유지 자체가 힘들어진다는 위기감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ddx#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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