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비상등]
식품업계 작년 영업익 2~3배 늘어
최상목 “원료값 하락분만큼 내려야”
업체들 “당장 가격 내리긴 어려워”
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서자 정부가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로 물가 불안이 커지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탐욕 인플레이션)’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식품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이를 제대로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식품업체들은 “당장 가격을 내리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6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원료 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원료 가격 하락 땐 제때, 그리고 하락분만큼 내려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 곡물가격이 2022년 고점과 비교하면 절반가량으로 떨어졌는데도 정작 밀가루와 식용유 등 식품 가격에는 하락분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식품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인상한 제품 가격을 유지하면서 과도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는 세수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면서 할당관세 확대에 나서는데 식품업체는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실제로 주요 식품업체 중에서 빙그레는 2022년 394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1124억 원으로 2.9배로 늘었다. 이 기간 풀무원의 영업이익은 263억 원에서 620억 원으로, 농심의 영업이익도 1122억 원에서 2121억 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식품업체들은 일부 원재료 값은 하락했지만 인건비와 물류·시설 등 부자재 비용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 당장 가격을 내리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밀과 콩기름 등 원재료는 실제 공급일보다 수개월 이전에 계약이 이뤄지는 만큼 국제 원재료 값 하락이 가공식품 가격 인하 요인으로 작용하기 위해선 3∼6개월 이상 장기간 지속해서 하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으로 수익을 올렸단 지적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크게 오른 건 사실이지만 국내 사업보단 해외 진출로 매출이 크게 성장한 영향이 크다”며 “팬데믹 기간 영업이익이 저조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식품업계 간담회를 열면서 가격 하락분을 식품 가격에 반영하는 방안을 찾을 방침이다. 소비자 단체 등을 통해 원재료 가격 상승과 제품 가격의 괴리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부터 매일 점검회의를 열고 농축수산물 수급 동향과 가공식품 물가 상황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소비자단체들도 식품업체들에 가격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5일 성명서를 통해 콩기름(대두유)과 밀(소맥) 가격이 2년 전 수준으로 대폭 하락한 만큼 이를 원재료로 하는 제품 값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콩기름 1.8L 국제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2022년 1분기(1∼3월) 2952.1원에서 3분기(7∼9월) 4394.3원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점차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가격은 2888.6원까지 내려와 2021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밀 1kg 국제 가격도 2022년 1분기 497.8원에서 같은 해 4분기 630.6원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4분기 435.1원으로 내렸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주요 식품업체들이 2022년 국제 곡물 가격 인상을 이유로 가공식품 가격을 크게 올려 원재료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왔다”며 “원재료 값이 하락한 만큼 이를 소비자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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