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韓은행 신용등급 전망 ‘안정’→‘부정적’ 하향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8일 03시 00분


연체율 상승-상생금융 압박 등 원인
등급 하향 땐 자금조달 비용 상승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국내 은행 시스템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높은 연체율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 등이 국내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무디스는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총 19개 은행 및 금융지주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은 향후 6개월에서 1년 이내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국내 은행들은 달러채 자금을 더 높은 금리로 조달해야 한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향후 12∼18개월 내 한국 은행들의 영업 환경과 자산 건전성, 수익성 약화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4∼2025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의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환대출 플랫폼과 인터넷은행 점유율 확대 등으로 대출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고금리와 그에 따른 민간 소비 위축으로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악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이자 부담과 높은 생활비로 인해 민간 개인 소비력이 감소하면서 한국 산업 전반의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NIM은 악화하고 있다”면서 은행들의 NIM 추정 평균이 지난해 1.6%에서 올해 1.5%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또 높아진 연체율이 국내 은행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0.38%로 양호한 편이었지만 향후 18개월 내 0.5%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관련 이자 및 원금 상환 유예 연체율과 부동산 대출이 자산 위험의 핵심 원천”이라며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은행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보고서는 “지난해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 등을 끝내 ‘양보’(concession)했는데, 이 또한 NIM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융감독 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불완전 판매로 판단할 경우 투자자 보상의 문제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했을 당시에도 건전성을 저하시키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포함됐고 그에 맞춰 이행했다”며 “ELS 불완전 판매 사안은 도덕적 해이를 범한 금융사가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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