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스타 마켓 피해 방치의혹’ 메타 제재 착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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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소비자 보호 제대로 안해”
中쇼핑몰 등 해외플랫폼 조사확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켓’ 이용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최근 빠르게 국내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의 소비자 보호 의무 준수에 대해서도 조만간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지는 등 해외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공정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메타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마치고 지난해 말 메타 측에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서류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올해 안에 전원회의를 열어 메타에 대한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가 된 건 메타가 SNS 마켓인 ‘페북 마켓’ ‘인스타 마켓’에서 소비자들이 겪는 ‘먹튀’ 등 피해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SNS 마켓은 상품·서비스 판매가 이뤄지는 SNS 계정을 말한다. 판매자가 자신의 계정에 가방이나 옷 등의 사진을 올려놓고 댓글 등으로 주문을 받아 파는 식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상거래 목적으로 SNS를 쓰는 이용자를 위해 ‘비즈니스 계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통신판매를 중개하는 사업자는 판매자(입점업체)의 신원 정보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 불만이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창구 역시 갖춰야 한다. 메타가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다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서비스가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 중개’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금했는데 물건 안 와”… 공정위, 메타-알리 등 잇단 조사


“거래 부추기고 책임은 나 몰라라”… 피해 속출하는데 여전히 계정 운영
현행법상 ‘소비자 구제 의무’ 없어… 전문가들 “현실에 맞게 법 고쳐야”
공정위원장 “플랫폼법 연내 재추진”

주부 박민영 씨(30)는 지난해 8월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아이용 기저귀 가방을 보고 8만5000원을 주고 구매했다. 인스타그램 공식 비즈니스용 계정인 데다 팔로어가 1만 명이 넘어 의심도 하지 않고 계좌로 돈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제품을 받지 못했다. 인스타그램 댓글과 메시지(DM), 카카오톡 채널로 여러 번 환불을 요구했지만 답장을 받기는커녕 계정을 차단당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스타그램 측에 해당 ‘인스타 마켓’을 ‘사기 또는 거짓’으로 신고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판매자는 여전히 박 씨와 같은 피해자의 댓글을 지우면서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메타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에 착수한 건 박 씨와 같은 국내 이용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 의무를 어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현행법은 플랫폼은 거래 중개자인 만큼 소비자 보호와 관련해 직접적인 책임을 묻진 않아 실효성 있는 제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메타도 SNS 마켓 보호 나서야”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타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의혹의 쟁점은 메타가 ‘통신판매 중개 사업자’에 해당하는지다.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 중개 사업자에게만 소비자를 보호할 의무를 지운다.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상거래가 주목적인 플랫폼이 아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메타는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과 달리 스스로를 통신판매 중개 사업자로 신고하지 않았다.

다만 SNS 마켓 소비자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박 씨는 “인스타그램 측에서 인스타 마켓에 대해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플랫폼이 직접 인스타 마켓을 규제하고, 고객들의 불만을 플랫폼에도 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SNS 마켓에서 의류를 구매했다가 8개월 뒤에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이모 씨(26)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공식 인증해 준 사업자라는 점에서 믿고 구매하는 점도 있다. 플랫폼이 거래를 부추기고는 책임은 나 몰라라 한다”고 했다.

● 20년 된 법으로 플랫폼 거래 보호 한계


다만 메타의 소비자 보호 의무가 인정돼 제재가 이뤄지더라도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현행법상 플랫폼에는 소비자 피해를 직접 구제할 의무가 없다. 민원 창구를 운영하고 소비자 분쟁이 생겼을 때 판매자의 연락처만 넘겨주면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SNS 마켓 등 플랫폼 거래에서 소비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법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카탈로그 쇼핑 등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져 20여 년 전에 멈춰 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에서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은 플랫폼을 신뢰하고 거래에 임한다. 그런데도 현행법은 플랫폼의 책임을 상당 부분 면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 스스로도 거래에 기여하고 수익을 얻는 만큼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2021년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하려고 했지만 플랫폼 업계의 반발에 밀려 이를 폐기했다.

메타가 해외 사업자라는 점도 제재 실효성을 의심하게 하는 요인이다. 공정위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플랫폼이 짝퉁판매·연락두절·사기사업자 등을 관리할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의 ‘자율규제’에 맡기는 것이라 해외 사업자에게는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7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초청 간담회에서 “국민의 일상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형성, 재편되면서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가 미치는 영향도 확대됐다”며 “플랫폼 생태계 전반에 공정한 거래 요건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거대 플랫폼 기업을 사전 지정, 불공정 행위를 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을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법 제정을 추진하던 공정위는 지난달 업계 반발에 밀려 이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sns마켓#공정거래위원회#메타#전자상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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